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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
주식회사 어도어의 주주인 '하이브'와 민희진 간 분쟁에서 주주간 계약상 프로큐어(Procure) 조항이 주요 쟁점이 됐다. 프로큐어 조항은 주주 간 계약에서 특정주주가 지명한 이사에게 의결권 행사 등을 하도록 지시하는 것을 말한다. 어도어 지분 80%를 보유하며 경영권을 행사한 하이브는 18% 지분을 가진 민희진을 대표이사에서 해임했다. 민희진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자신의 경영권이 보장받아야 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반면 하이브는 이사회 독립성을 강조하며, 이사 판단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 사건은 프로큐어 조항이 주주 간 권리와 의무를 둘러싸고 어떻게 해석, 적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주주 간 계약은 주주들이 회사 지분 구조와 경영권, 의결권 행사 등을 규정한다. 회사의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주주의 의무를 명시하며, 필요 시 특정 행동을 보장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기도 한다.
프로큐어 조항은 특정 주주가 자신이 임명한 이사를 통해 이사회에서 특정 행위를 보장하거나, 특정 결정을 이끌어낼 책임을 규정한다. 주주는 이를 통해 간접적으로 회사 의사결정에 개입할 수 있다. 가령, 투자자가 지명한 이사가 회사의 특정 의결에 찬성하도록 보장하거나, 특정 경영 방침을 실행하도록 의무화하는 경우가 있다.
프로큐어 조항은 주주가 자신의 지분 비율과 경영 영향력을 활용, 회사의 주요 방침을 이행하도록 보장한다. 이는 주주의 경영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뿐만 아니라 투자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상법상 회사의 소유와 경영은 분리되며, 이사는 회사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프로큐어 조항의 법적 효력은 이사의 독립성과 상충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인정된다고 볼 수 있다. 대법원(2012다80996) 판례에 따르면, 주주는 주주 간 계약에 따라 자신이 보유한 의결권을 행사하거나 이사를 통해 경영 방침을 이행하도록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는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와 선관주의 의무를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프로큐어 조항은 특히 합작 투자 계약(Joint Venture Agreement)이나 투자 계약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투자자는 이를 통해 경영권을 간접적으로 확보하거나, 창업자가 경영 방침을 일관되게 유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예컨대, 투자자는 특정 비상근 이사를 지명할 권리를 갖는다. 또 해당 이사가 특정 안건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보장하는 방식으로 계약 내용을 설계한다.
민희진-하이브 사건에서 논란이 된 것은 하이브가 본인이 지명한 이사에게 민희진의 경영권을 보장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했어야 하는지 여부였다. 하이브는 주주 간 계약의 프로큐어 조항을 따르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사의 독립성을 근거로 반박했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계약 프로큐어 조항은 주주 간 계약의 핵심이다. 주주 간 신뢰와 회사의 경영 안정성을 동시에 도모한다. 그러나 이 조항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선 계약 내용의 명확성과 이행 가능성, 그리고 상법상 원칙과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안희철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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