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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의 경영으로 읽는 세상 이야기] 암표와의 전쟁: 나쁜 놈 전성시대

2024-11-27

[서민교의 경영으로 읽는 세상 이야기] 암표와의 전쟁: 나쁜 놈 전성시대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요즘 공연·스포츠 등을 가리지 않고 암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때 암표는 정가보다 6배 이상 높은 장당 20만원에, 임영웅의 공연 티켓은 500만원에 거래됐다. '피케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케팅)으로 유명한 일각에서는 플미(프리미엄 티켓), 댈티(대리 티케팅) 등으로 포장되고 MZ세대에서는 신재테크 수단으로도 불리우는 등 암표라는 '나쁜 놈 전성시대'다.

암표는 왜 생겨나며, 무조건 나쁜 것일까? 경제학적 측면에서는 공급 부족에 티켓 가격이 낮게 정해졌다면 초과수요를 촉발시켜 암표는 생겨날 수밖에 없으며, 암표는 초과 수요 상황에서 제한된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순기능도 한다. 예컨대, 100만원을 내고도 공연을 보고 싶은 A와, 좋아하지만 10만원 이상의 돈을 내고는 공연을 보고 싶지 않는 B가 있다고 하자. 그런데 둘 다 피케팅에 참여해 A는 티켓을 구매하지 못했고, B는 운좋게 입장권을 구매한 후, B가 A에게 티켓을 50만원에 되팔았다고 하자. 이럴 경우 A는 손해를 본걸까.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A는 100만원을 낼 용의가 있었기 때문에 50만원의 이득을 얻은 셈이고, B는 40만원의 소득이 생겼으니 당연히 이익이다, 경제 원리로만 생각하면 암표를 근절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최초의 입장권 가격을 상당히 높은 수준에서 책정하여 암표상의 마진을 없애거나 공급을 더 늘리면 된다. 또한 소비자들이 암표를 구입하지 않으면 즉, 수요가 없으면 공급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것들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암표는 영원히 사라질 수가 없다.

그런데, 옛날에는 암표상의 영향력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그래도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매크로(자동 입력 반복)'라는 기술이 등장하면서 불공정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한 사람의 클릭 한 번이 수천명을 대신하고,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해 일반인들의 사이트 접속 자체를 아예 불가능하게 하여 타인의 기회를 박탈한다. 또한 발생한 부당이익이 암표상들에게 돌아가고 당해 산업에 재투자되지 않는다는 문제점도 있다.

최근 암표를 막기 위해 규제 강화·재판매시장의 양성화·실명제와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한 NFT(대체불가능한 토큰) 티켓의 이용 등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고 있지만, 암표에 대한 수요가 있고 암표를 막으려는 뛰는 놈 위에 나는 암표상이 있는 한, 암표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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