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남구청사서 기자회견 열고 조재구 구청장 고개 숙여
사실상 재시공 없이 개장 추진 "법적 문제는 직원들이 감내"
대구안실련 "오늘 발표한 계획 안 바꾸면 행정 고발" 예고
28일 오전 11시 대구 남구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조재구 남구청장이 앞산해넘이캠핑장과 관련한 감사원 지적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
대구 남구가 감사원으로부터 건축법을 위반했다고 지적받은 '앞산 해넘이캠핑장'(영남일보 2024년 11월 1일 자 6면 보도)을 한시적으로 개장하고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28일 밝혔다.
사실상 감사원에서 관광진흥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재시공할 것을 통보한 사안에 대해 아무런 조치 없이 개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추후 법적 문제가 생길 경우, 직원들이 그 리스크를 감당하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구청장이 자신의 공약사항을 무리하게 진행하기 위해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조재구 남구청장은 28일 오전 11시 남구청사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구민 여러분에게 큰 불편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법적인 검토가 부족해 결과적으로 실수를 범했음을 인정하고, 구청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앞서 지난달 31일 감사원은 남구를 상대로 발표한 감사 결과에서 앞산 해넘이캠핑장 조성 과정에서 건축법과 관광진흥법을 위반했다며 재시공할 것을 통보했다. 야영장 시설에 천막이 아닌 알루미늄 복합패널 등을 주재료로 설치한 것이 문제가 됐다.
조 구청장은 이날 사과 후 대응책에 관해 간략하게 설명하고 기자회견장을 퇴장했다. 이후 나머지 구체적인 대책 설명과 질의응답은 남구 담당 부서장이 맡았다.
남구 관계자는 "다음 달 12일까지 캠핑장 구조를 일부 수정하고, 임시 사용 승인을 내려 이르면 내년 3월 개장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날 남구가 내놓은 수정안은 캠핑동 19곳 중 게르형 2곳, 돔형 1곳을 철거하고 구조를 일부 변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감사원에서 지적한 것과는 별개의 사안이다.
남구는 현행법이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서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현재 관광진흥법에서 정한 야영장의 주재료인 천막의 사용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고, 타 지자체에서도 유사한 시설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남구 관계자는 "사실 법적 기준에 맞추려면, 현재 캠핑장 시설의 외벽만 철거하고 천막으로 바꿔도 된다. 다만,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처리하면 안 된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한시적으로 개장하고, 법 개정을 건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재 캠핑장이 법을 위반한 채 지어졌다고 판명이 난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 없이 개장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사업 주체와 사용 승인자가 모두 남구인 상황에서, 언제 진행될지도 모르는 법 개정을 이유로 개장을 승인하면 향후 법적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추후 법적 고발이 있으면 누가 책임을 지는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남구 관계자는 "현재 캠핑장이 준공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시민들이 더 기다리면 안 된다는 데 공감해 직원들이 감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답했다.
이에 지난해 7월 감사원에 캠핑장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 대구안전생활실천연합(안실련)은 이날 남구와 감사원에 공문을 보내고 행정 고발을 예고했다. 안실련 관계자는 "남구가 발표한 계획을 번복하지 않으면 행정 고발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글·사진=박영민기자 ympark@yeongnam.com
박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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