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통령 담화에서 구체적 입장없어
국민의힘 내부 탄핵반대 긍정적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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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마치며 인사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예정돼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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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7일 국회 국민의힘 의원총회 회의장 앞에서 조경태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의 7일 대국민담화는 '단순 사과'와 '여당에 거취 일임'으로 요약된다. 이날 오후 5시 탄핵안 표결을 앞두고 사실상 최후 변론에 가까운 자리였지만 "실망스럽다"는 것이 대체적인 반응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지난 4일 새벽 계엄 해제 이후 첫 입장을 밝혔다. 사흘만에 첫 입장 발표였지만 2분 남짓한 짧은 메시지였다.
◆ 국정 수행 의지 내비쳤나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직접 정치인 체포 지시 논란', '선관위 계엄군 배치 논란' 등 구체적인 언급은 전혀 하지 않았다. 더욱이 윤 대통령은 이번 계엄 선포 이유에 대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계엄령 선포 및 해제에서 "민주당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인식에서 사실상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계엄 선포와 해제 당시 민주당에 대한 메시지가 주를 이뤘던 것 과 달리 이번에는 야당에 대한 메시지가 전혀 없었다.
더욱이 최대 관심사인 사태 수습 방안을 두고서도 윤 대통령은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와 관련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만 했을 뿐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 정국 안정 방향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당에서 제시했던 임기단축 개헌, 2선 후퇴 후 거국 내각 구성 등의 로드맵에 나왔지만 본인의 입장은 내비치지 않은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향후 국정 운영은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나가겠다"고 언급한 것은 국정 운영에 대한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어 야권의 반발이 잇따랐다.
윤 대통령이 "제2 계엄 같은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불안 진화에 나섰다는 점은 유일한 긍정적 대목이다. 또 윤 대통령은 "불안과 불편을 끼쳐드렸다"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많이 놀라셨을 국민께 사과드린다"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거듭 사과의 메시지를 냈다.
◆ 與 입장에 촉각
이처럼 윤 대통령이 직접 당에 임기 문제 등을 일임하겠다고 밝히면서 이날 오후에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국회는 이날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한다.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20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범야권(192석) 의석수 상 108석의 국민의힘에서 8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하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담화 직후 애매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그는 국회에서 담화를 지겨본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정상적인 직무 수행은 불가능한 상황이고 대통령의 조기 퇴진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대한민국과 국민에게 최선인 방식을 논의하고 고민할 것"이라며 "총리와 당이 민생 상황이라든가 중요 상황 등을 긴밀히 논의해서 민생이 고통 받고 대외 상황이 악화되는 일을 막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의 구체적인 '퇴진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의원 총회를 통해 이에 대한 입장을 정할 계획이다.
다만 여권 내부에서는 탄핵 가결 가능성이 전일 보다 낮아졌다는 평가다.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냈던 조경태 의원 등은 이날 오전 비공개 의총에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날 오전 임기 문제를 포함해 국정을 당에 일임하고 2선 후퇴하는 안에 대해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여권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윤 대통령 담화에 대해 "그래도 대통령이 주도권을 쥐고 수습 했어야 하는데 점점더 수렁에 빠지는거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대통령 담화는 수습 책임을 당(국민의힘)에 넘겼는데 당이 그럴 능력이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또다시 박근혜 탄핵때처럼 폐허의 대지 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나"라고 적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