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
며칠 전 경북대학교 K교수와 담소를 나누다 대구경북통합 이야기로 흘러갔다. 나중엔 '대구경북이 어떻게 하면 발전할 것인가'로 이어졌는데, 그는 대구가 항구도시로서 기능해야 제대로 발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요지는 대구 금호강과 포항 형산강을 연결하여 선박이 다닐 수 있는 운하를 건설하자는 것이고, 물류비를 절감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다는 그 목적이었다. 동구에 살고 있는 필자가 듣기에 퍽 그럴듯한 구상이었다. 대구 동구가 공항 역 고속도로 등을 갖춘 물류도시이지만, 항구라는 단어를 떠올린다는 건 쉬운 게 아니다.
물론 대구를 항구도시로 만들자는 발상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오래전에 이슈화가 되었다가 선거 때 등장하는 이슈였다. 하지만 그 교수는 독일 네덜란드 중국의 사례에다 자신이 살았던 미국 도시 사례까지 들면서 운하의 효용성을 설파했다. 대구경북이 통합되어 그의 주장이 실현된다면 썩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운하도시 대구'라는 이야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삼성그룹이 성서공단에 상용차공장을 건립하면서다. 당시엔 쌍용자동차 공장도 구지공단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영남일보가 1995년 8월30일자 1면에 '대구를 부산과 연결해 내륙 항구도시로 만든다'는 톱기사를 보도했다. 삼성그룹은 상용차 공장과 부품단지가 들어서는 낙동강 공업벨트의 물동량 이동과 최단거리 수출부두의 확보를 위해 순수 민간자본으로 대구와 부산을 연결하는 '낙동강 대운하'를 구상했다.
그러다 2007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대표공약으로 발표하면서 재등장했다. 그는 낙동강 대운하로 물길을 잇고 동남권신공항으로 하늘길을 열면서 동시에 1천만㎡의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유치하는 것이 대구가 살 길이라고 주장했다. 핵심은 '운하도시 대구'였다. 내륙 도시 대구를 운하로 바다와 연결시킬 때 대구가 내륙항으로서 새로운 이정표가 세워진다는 청사진이었다. 이때 금호강과 형산강을 터널 형태로 이어 포항과 대구를 연결하는 안도 함께 제시되었다. 이 후보는 당시 "대기업에 '대구경북에 투자하세요'라고 말을 못한다. 대구·경북에 투자할 여건을 만들어놓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서 구상을 밝혔다. 그는 산업단지가 운하와 결합되면 대기업은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2월에 '항구도시' '운하도시'란 용어가 또 등장했다. 동구갑의 어느 예비후보가 "금호강과 형산강을 연결해, 대구에서 동해까지 선박운송로를 조성하겠다"고 공약했다. 대구에 산재해 있는 산업단지와 경산·영천의 플랜트·방산 산업 등 지역에 물류 수요가 방대하지만, 주로 차량과 항공 운송에 치중해 물류비 절감을 기대할 수 없고 특수화물 운송 수요의 경우 아예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대구공항 후적지와 가까운 아양교 인근에 내륙항을 설치하고 영일만 포항신항까지 수로를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면 선박으로 대형 화물과 특수화물, 플랜트 화물, 군수물자 등을 운송하면 물류비를 절감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통합에 대해 장밋빛 전망에서 별로 달라질 것이 있겠냐는 회의적인 반응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회자된다. 묵혀두었던 오랜 구상이든 새로운 발상이든 시·도민 모두가 발전방안을 고민하고 브레인스토밍해야 한다. 그중에 운하 도시 대구, 항구 도시 대구는 숙지지 않는 오랜 꿈이다.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 연구소 출산양육 萬人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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