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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탄핵 피했지만 식물 대통령…'질서있는 퇴진', 민심에 달렸다

2024-12-09

윤석열 대통령이 가까스로 탄핵 위기를 모면했다.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의결 정족수인 200명을 채우지 못해 표결 없이 자동 폐기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탄핵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고 투표 직전 집단 퇴장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앞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에 3번째로 돌아온 '김건희 특검법'도 가결에 필요한 200표에서 2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나란히 '운명의 날'을 맞았던 윤 대통령 부부는 한고비를 넘겼지만 안도하기엔 이르다. 국회를 장악한 야권이 김건희 여사 특검은 물론 윤 대통령 탄핵도 될 때까지 밀어붙일 것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이번 주부터 윤 대통령 탄액안을 매주 재추진키로 했다. 국민의힘이 민주당의 브레이크 없는 '탄핵 열차'를 언제까지 막을 수 있을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관건은 민심의 향배에 달려있다.

국민의힘 역시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가 위헌·위법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대통령 탄핵 저지에 나선 건 '이재명 대통령' 만큼은 안된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조금만 더 버티면 총 5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작용했을 것이다. 여기에다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의 '탄핵 트라우마'도 영향을 미쳤다. 정권을 내주고 보수세력이 궤멸하는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탄핵안 표결 7시간 전에 있었던 윤 대통령의 대(對)국민 사과가 여당의 탄핵 부결을 결집시킨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면서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을 당(국민의힘)에 일임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나흘 만에 국민이 내린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아들이고 2선 퇴진을 밝힌 건 그나마 다행이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식물 대통령'이 되면서 국정 공백은 불가피해졌다. 정치는 대혼돈에 빠져들었고 경제·외교·안보도 초비상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민생은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 수습 책임은 여당과 내각이 떠안게 됐다. 그 대안으로 내놓은 게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추진하고, 퇴진 전까지 여당과 현 내각이 국정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국정 공백이 생겨서는 안되는 만큼 여당과 내각이 일정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 그런데 당론으로 탄핵 표결 자체를 무산시킨 여당이, 비상계엄 선포를 심의한 국무회의에 참석한 각료들이 오랫동안 국정을 이끌 수는 없다. 한 대표는 이날 질서 있는 조기 퇴진만 언급했을 뿐 기본적인 로드맵을 내놓지 않았다. 윤 대통령 퇴진 시점이나 대략적인 실행 방안 정도는 담화문에 담았어야 진정성을 가질 수 있었다. "당내 논의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들을 조속히 말씀 드리겠다"는 한 대표의 말은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질서 있는 조기 퇴진이 국민 불안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잠재우려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는 시간이 길어져선 안된다. 최소한 탄핵 절차에 걸리는 시간과 비슷해야 한다. 2026년 지방선거 때 대통령 선거를 함께 치르자는 임기단축형 개헌 주장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 전에 유효했던 시나리오다. 지금 이 시간에 윤 대통령이 여전히 대통령실에 머물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노한 국민이 많다는 것을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한다. 더 이상 우물쭈물할 여유가 없다. 국민의힘은 감당하지 못할 거센 여론의 역풍을 맞기 전에 국민이 수긍할 만한 시국 대책을 내놔야 한다. 민주당도 대통령 탄핵 못지 않게 중요한 국정과 민생 안정에 적극 나서 수권 정당의 면모를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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