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헌정 초유의 사태'
尹 입장발표 없이 칩거 들어가
검·경·공수처 다툼에 수사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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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사진〉 대통령이 출국 금지됐다. 현직 대통령이 출금된 것은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대통령 긴급체포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어 '계엄령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배상업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은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을 출국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국가를 대표하는 행정부 수반으로 외교를 책임지는 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영남일보 12월 9일자 1면 보도)된 데 이어 국외 출국이 금지되는 이동의 제한까지 받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공수처는 이날 오후 3시쯤 법무부에 윤 대통령의 출금을 신청했고, 법무부는 약 30분 만에 이를 승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로 윤 대통령이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검찰·경찰·공수처가 출국금지를 신청하자 법무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출국 금지는 일반적으로 범죄와 관련된 피의자가 해외로 도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중대한 혐의가 있는 경우 및 도주 우려가 높을 때 수사기관이 요청한다.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오동운 공수처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윤 대통령의) 신병 확보에도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는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혼선을 보이고 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가 수사권을 놓고 다투는 와중에 공수처까지 뛰어든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현직 대통령을 형사 소추한 전례가 없었던 만큼 향후 수사 절차와 방식을 결정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이들 수사기관의 주도권 싸움으로 수사 차질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앞서 법원은 수사기관들의 경쟁적인 영장 청구를 수사기관 조정 이유로 기각한 바 있다. 여기다 야당에서 '내란 특검' 도입을 추진 중이어서 수사 중복으로 인한 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출금에도 윤 대통령은 이날 한남동 관저에 머무르며 공식 일정 수행이나 입장 발표를 하지 않은 채 사실상 칩거 상태에 들어갔다. 대통령실도 국정 공백 대책에 대한 언론의 문의가 빗발쳤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