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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칼럼] '군미필자'는 대통령 도전 포기하길

2024-12-16

軍미필자, 윤 대통령의 허점
군을 안다면 계엄 주저했을 것
신세대 군인의 생리도 몰라
트럼프의 의사당 공격에 전염
다음 대통령, 군필 경력 필수

[박재일 칼럼] 군미필자는 대통령 도전 포기하길
논설실장

윤석열 대통령이 군 병장 월급을 200만원으로 대폭 상향한다고 했을 때 퍼뜩 떠오른 생각은 '그럼 하사관들은?' 이었다. 개인적으로 사병으로 복무한 경험이 작동한 것 같다. 장교는 '사관이자 신사'이지만 하사관들은 처우과 직급에서 애매한 구석이 있다. 그들은 지휘를 하지만 동시에 몸으로 때우는 현장 역할도 해야 한다. 윤 대통령이 군대를 갔다 왔으면 좀더 정교한 '군인 월급 설계'가 나왔을 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하던 날, 밤새 TV 생중계를 보면서 국민 각자는 온갖 예측과 상상속을 헤매었을 것이다. 70·80년대 계엄은 '통하는' 구석이 있었다. 오뉴월 땡볕 아래 이른바 충정이란 진압 훈련을 하면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거리 데모대 때문에 이 생고생을 한다'며 적개심이 타오른다. 그런 적개심을 정치 군인들은 이용했다. 그 적개심이 현장에서 분출되면 파국이 된다. 광주 5.18이 그랬을 것이다. 비무장 집단을 향한, 군의 무력 투입은 그만큼 민감하고 예기치 않은 전선을 파생시킬 수 있다.

감히 생각컨데 윤 대통령의 입장에서 본다면 김건희 여사를 악마화하고, 종북 야당 세력이 활개치고, 국회가 괴물로 전락할 만큼 마구잡이 탄핵 남발과 발목잡기란 계엄의 명분이었다 해도, 행여 윤 대통령이 장교는 고사하고 사병 복무라도 했다면 저걸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란 상념이 들었다. 윤 대통령은 '시력 문제'로 병역을 면제 받았다고 한다.

자식을 군에 보내본 경험에 비춰보면, 요즘 군대는 기성 세대 시절과 판이하다. 신세대 사병의 고통은 이른바 '빳다와 얼차려'가 아니다. 네트워크와 SNS가 끊어지는 고통이 더 크다. 대신 그들은 민주주의 교육을 받았고, 개인의 인격과 신체상의 고유권한에 대해서도 훈육 받은 세대이다. 신세대 군인들을 국회에 투입키로 결심한 윤 대통령이 군에 보낼 자식이라도 있었다면 하는 가정은 부질 없는 상념일까.

2021년 1월6일, 미 의사당이 트럼프를 지지했던 시위대로 점령됐다. 국부(國父) 조지 워싱턴 이래 한번도 폭력의 현장이 된 적이 없던 세계 민주주의의 전당이 피로 물들었다. 5명이 죽었다. 트럼프는 싸워라(Fighting)을 SNS로 외쳤다. 그때도 난 트럼프의 민주성을 의심하기 이전에 만약 트럼프가 군대라도 갔다 왔으면 쉽게 싸워라고 선동하지는 못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트럼프는 족저근막염을 핑계로 군복무를 회피했다. 미 의사당 폭력은 군 부대까지 동원돼 진압됐다. 그 파장은 전세계로 엄습했다. 민주주의 대국 미국에서도 의사당을 공격하는데 우리도 못할 것도 없겠다는 전염을 잉태했다.

대한민국에서 군통수권자가 되는 대통령의 자질로 군복무는 민감한 이슈였다. 대표적으로 이회창 전 대선 후보는 아들의 병역 회피 의혹으로(그게 김대업의 공작이었던 아니든) 낙마했다. 그것도 두 번씩이나. 박원순 서울시장도 아들의 병역 면제로 시달렸다. 반면 노무현·문재인의 당선 언저리에는 그들의 사병 복무 전력이 결정적이었다는 것이 나의 판단이다. 대선에서 그들은 군복 입은 젊은 시절의 사진을 걸개로 내걸었다. 역설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이 "군대 가면 3년 썩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그의 국가관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여론이 타올랐다.

인간은 개인적 경험의 경로에서 완전 자유로울 수 없다. 다시 대선이 시작된다면 난 다음 대통령의 국가관부터 살펴보고 싶다. 군복무와 애국심의 회로가 작동하는지 검증할 것이다. 군미필자는 아예 대선 도전에 나서지 말기를 바란다.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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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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