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풀숲에 들면 알게 되는 것이 있다 비 갠 풀숲에서는 다시 모르게 되는 것들
이를테면
뱀, 비를 잠시 눕혀놓았을 뿐 이를테면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
태양이 먼 능선에 허물로 벗어놓은 구름, 그러나 공원에 함께 온 너는 모른 척한다 아는 것을
다시 모르는 것을
그치다,
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의 눈에 잠시 남아 있는 꿈에서 본 슬픔
신용목 '연애'
이를테면
뱀, 비를 잠시 눕혀놓았을 뿐 이를테면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
태양이 먼 능선에 허물로 벗어놓은 구름, 그러나 공원에 함께 온 너는 모른 척한다 아는 것을
다시 모르는 것을
그치다,
라는 말을 쓸 수 있는 시간은 오래가지 않는다 잠에서 깨어난 사람의 눈에 잠시 남아 있는 꿈에서 본 슬픔
신용목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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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1974년 거창 출생 신용목 시인이 대구 사람이 되었다. 이를테면 "비 오는 풀숲에 들면 알게 되"고 비가 개이면 다시 모르게 되는 슬픔의 미묘함을 가지고 대구의 시인이 되었다. 꿈에서 본 희로애락을 따라가던 시인 신용목이 대구에 상주하게 되었다. 뱀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고 쓰는 사람. 수직의 비를 잠시 눕히기도 하는 시인이다. 비가 물속으로 들어갈 때를 포착하는 사람이다. 구름조차 태양이 먼 능선에 잠시 벗어놓은 허물이라고 작파하는 시인이다. 시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을 따라간다고 믿고, 동질감보다 이질감을 추구하면서 무용함으로 유용하다는 것을 공감하는 시인의 대구 입성은 기쁜 일이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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