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
우리가 탄핵정국에 휩쓸려 있는 동안 시리아에선 54년 독재정권이 무너졌다. 성난 시민들이 알아사드 동상부터 무너뜨렸고 전 세계가 박수를 쳤다. 알아사드 독재정권은 민주화 세력 61만8천명을 죽이고 전 국민의 절반인 1천2백만명을 난민으로 내몰았다. 아직도 행방을 모르는 사람이 수만명이다. 반인륜적인 고문, 학살, 권력세습, 우상화, 심지어는 마약수출까지 북한을 꼭 빼닮았다. 러시아를 뒷배로 두었으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정신을 잃자 이 정권이 무너졌고 독재자 일가는 몰래 러시아로 망명했다.
이 정권을 무너뜨린 세력은 아메드 알샤라(42)가 이끄는 레반트해방기구(HTS)다. 이 반군은 처음엔 1만명 남짓한 병력으로 출격하여 다마스쿠스를 장악하였다. 남쪽에선 드루즈민병이라는 반군도 협공하였다. 이 레반트해방기구는 일찍이 2017년부터 이들리브라는 한 주를 점령하여 제법 체계 있게 다스려 왔고 이슬람이긴 하나 ISIS, 알카에다보다는 온건하고 실용적이었다. 이들은 전쟁보다는 외교로 시리아의 통일과 안정을 추구한다고 하자 유엔이나 서방국가들이 이 단체를 신임하는 분위기다. 중동과 유럽의 여러 나라에 얹혀 지내던 600만 난민들이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독재정권이 무너지자 자녀가 행방불명이 된 가족이 다마스쿠스 교외에 있는 세드나야교도소로 몰려갔다. 그곳은 면도날 철조망을 둘러치고 지뢰까지 묻어 둔 고문과 학살의 현장이었다. 어딘가 지하 감방에 가족이 갇혀 있을 것이라고 믿고 땅을 파 보았지만 없었다. 쌓아둔 시체를 병원에 옮겨 사진을 공개하자 수많은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시신을 찾으려 몰려들었다.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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