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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심 변호사가 바라본 세상]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松柏

2024-12-24

[김영심 변호사가 바라본 세상]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松柏

지난 주말 제주도 여행 중 서귀포 대정읍에 있는 추사 김정희 유배지에 다녀왔다. 유배지 옆에는 추사관(秋史館)이라는 기념관이 있었다. '추사관'은 조선 후기 대학자이자 예술가인 추사 김정희 선생이 유배 생활을 하던 곳에, 선생의 삶과 학문과 예술세계를 기리기 위해 2010년에 건립됐다. 커다란 현무암 돌무더기를 정교하게 쌓은 대정현성 안에 위치한 추사관 건물의 겉모습은 무슨 창고와 같은 단순한 건물이었다. 처음 이 건물을 지을 때 주민들이 감자창고라고 하면서 볼품없는 건물에 실망했다고 한다. 승효상 건축가는 추사관에 대해 "주 전시공간을 지하로 배치, 큰 규모를 숨겨 대정현성 등 주변의 풍경과 조화되도록 하였으며, 지상에는 가장 단순하고 명료한 건축물로 추사 김정희 유배생활의 고독한 풍경을 조성하여 본질만 남은 추사체의 흔적으로 표현하였다"고 한다. 건축가의 설명을 들으니 건물의 단순함이 이해가 되었다. 추사관으로 입장하기 위해서는 지상에서 지하로 다소 가파르지만 색다른 짜임의 계단을 내려가야 했는데, 처음에는 이것도 많이 낯설게 느껴졌었다. "관람객도 추사의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느끼며, 그로 인해 유발된 긴장감은 스스로를 다시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는 뜻으로 그렇게 배치하였다"는 건축가의 말을 들으니 재밌는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사관 내부를 둘러보면서 건축물이야말로 예술의 종합체라는 말이 실감이 날 만큼 훌륭한 건물이었다.

추사 김정희는 제주에서 9년의 유배생활을 하면서 유생들에게 학문과 서예를 가르치며 다양한 업적을 남겼는데, 특히 '추사체'를 제주에서 완성하였으며, 국보 제180호 '세한도(歲寒圖)'를 이곳에서 완성하였다고 한다. 추사관의 입구에는 '세한 -시련 속에 피어나는 예술혼'이라는 제목으로 추사관을 소개하고 있었다.

전시내용 중 '송백(松柏)의 마음을 담아, 세한도'라는 제목의 소개 글이 참 마음에 와닿아 본 지면에 간략히 소개하고자 한다.

『세한도는 '추사의 제자이자 역관이었던 이상적(李尙迪)이 제주도로 유배된 스승에게 중국 연경의 소식과 귀중한 서책을 틈틈이 전달하자 권세를 모두 잃고 보잘 것 없게 된 자신에게 변함없이 지극한 정성을 다하는 제자에 감명받은 마음을 담아 완성한 작품'이다. 세한도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사의(寫意)' 즉 그림 속에 내포된 의미인데, 추사는 논어(論語) 자한편(子罕篇)의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知松柏之後凋·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라는 인용구를 그림으로 시각화하였다. 소나무(松)와 측백나무(柏)가 대칭을 이루고, 그 사이에 집 한 채가 배치되어 있는 극도의 간결한 구성으로 거친 초묵(蕉墨)의 필치를 통해 메마르고 차갑고 황량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겨울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작품은 소개 글 그대로였다. '날씨가 추워진 다음에야 소나무와 측백나무가 시들지 않음을 안다'라는 글을 읽으니 현재 대혼돈의 회오리 바람 속에 있는 스산한 대한민국의 현실에서도 분명 한줄기 희망의 빛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추사관 맨 위층 넓은 방의 정면에 추사의 흉상이 있었다. 가까이 가 보면 살아있는 듯한 추사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데, 나는 추사를 독대하여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에 대해 묻고 싶었다. 작금의 어지러운 대한민국 현실에서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는 송백'을 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기도했다. 정말로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김영심 법무법인 율빛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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