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시즌은 종교를 넘어 모든 이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의 시간이지만, 올해 대한민국의 연말은 그리 밝지 않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탄핵 정국이 맞물리며, 경제는 얼어붙고 국민들의 일상도 위축됐다.
경제적 불안감이 연말 분위기를 짓누르며 각종 모임과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자, 음식점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한숨은 깊어져만 간다. 하지만 이런 국내 경제의 한파 속에서도 해외로 떠나는 한국인 여행객들의 발걸음은 줄지 않고 있다.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위기 속에서도 여행 수요는 굳건하다. 특히 올해 일본을 찾은 한국인 방문객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1월부터 11월까지 일본을 방문한 외국인은 3,338만 명에 이르며 이 중 한국인이 795만 명(23.8%)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일본은 한국과 가까운 단거리 여행지라는 장점 외에도, 올해 엔화 약세가 큰 매력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크리스마스 시즌 특화 이벤트가 관광객들을 끌어모았다. 대표적으로 우메다 한큐백화점의 화려한 트리 장식과 크리스마스 마켓은 일본 겨울여행을 더욱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로 손꼽힌다.
우메다 본점은 단순한 쇼핑 공간을 넘어 관광지로 자리매김했으며, 다양한 이벤트와 장식은 일본 관광 산업의 성공적인 전략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한국의 대도시 백화점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일부 화려한 장식을 선보이고 있지만, 지역별로 편차가 크다. 서울 명동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은 농구장 세 개 크기의 초대형 LED 사이니지로 압도적인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자아내며, 명동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또 하나의 명소로 자리잡았다.
반면, 대구 지역 백화점들의 크리스마스 장식은 비교적 간소하다. 롯데백화점은 황금빛 장식과 대형 트리로,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은 기본적인 포토존 정도로 연말 분위기를 채우는 데 그쳤다. 대형 장식과 화려한 이벤트로 지역을 활성화하려는 시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말은 지역 경제 활성화의 중요한 기회다. 단순히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것을 넘어, 외국인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할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 사례처럼 지역 백화점과 기업들이 대규모 이벤트와 장식, 관광 인프라 개발에 힘쓴다면, 대구·경북 지역도 새로운 활력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대기업의 지역 공헌은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국가 경제와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구는 풍부한 문화적 자산과 역사를 갖춘 도시다. 여기에 크리스마스 시즌을 활용한 이벤트와 관광 인프라가 더해진다면,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기업들은 지역과 상생하며 장기적인 경제적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경제적 한파 속에서도 지역 경제에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대기업의 진정한 역할이자 책임일 것이다.
한유정
까마기자 한유정기자입니다.영상 뉴스를 주로 제작합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