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수도권 중진인 권영세 지명은 '안정성 중시'
'권영세-권성동' 친윤 투톱 체제로 구성
향후 비대위원 등 보직인사가 친윤 색채 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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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내정된 권영세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5선의 권영세 의원이 내정됐다. 한동훈 전 대표가 탄핵 정국에서 사실상 쫓겨난 뒤 임시 사령탑을 원내 중진으로 택한 것은 당내 화합 등 조직 안정화에 무게를 둔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권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지명됐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새로운 비대위는 국정안정과 당의 화합과 변화라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어느 때보다 풍부한 경험과 즉시 투입 가능한 전력이 필요하다"며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권 의원을 지명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 열흘만이며 한 전 대표가 사퇴한 지 8일 만이다.
정치권은 '권영세 비대위'가 결국 탄핵 정국 후 혼란상에서 일단 당을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권 원내대표는 선수별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자신이 비대위로 나서는 '원톱 체제' 또는 쇄신형·원외 인사 인선 등을 두고 고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결국 경험과 경륜이 있는 중진이 맡아 당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의원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권 의원도 이를 의식한 듯 지명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의 안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선 쇄신이 이뤄질 수 없다"며 "안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합인데, 당이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어떻게 당을 바꿀 수 있겠나"라며 단합을 강조했다.
이번 비대위는 8년 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또다시 궤멸 위기에 몰린 보수 진영과 당을 수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계엄·탄핵으로 차갑게 돌아선 민심 앞에서 반성과 쇄신을 통해 어떻게든 당을 재건할 발판을 마련하는 한편,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을 치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때문에 국민의힘은 '권-권 투톱 체제'를 통해 일단 당을 안정시키고 야당의 공세를 차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이 당 내부를 관리하고, 권 원내대표가 대외 공격수를 맡는 형식이다.
권 원내대표에 이어 비대위원장도 '친윤'(친윤석열) 인사란 점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권 의원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대학 선배'다. 같은 검사 출신이기도 하며 윤석열 정부에서 초대 통일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즉 권 원내대표에 이어 비대위원장도 친윤 인사가 맡게 되는 만큼 '친윤당' 색채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향후 비대위원 등 주요 보직 인선도 당 쇄신의 의지를 평가받을 중요한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권 의원이 합리적으로 온화한 성품을 가진 수도권 중진이라는 점에서 계파 색채가 옅다는 분석도 나온다. 비윤(비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의원은 이날 '친윤당이란 비판이 불가피하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같이 상의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리가 영남당, 극우당, 친윤당이 되지 않을 수 있는지 지혜를 모으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비대위가 출범하는 대로 계엄 사태 등과 관련해 대국민사과를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