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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대명사 뱀, 치유·풍요의 상징으로 재조명되다

2025-01-01

2025년 새해에 바라본 뱀 이미지
전통적으로 다산·재물 상징 긍정적
구렁이도 상서로운 징조로 보는 문화
신화속 의술의 신 뱀 휘감은 지팡이
재생의 의미 WHO 마크에도 자리해

지혜의 대명사 뱀, 치유·풍요의 상징으로 재조명되다
박두봉 'MEMORY'. 대구동구문화재단 아양아트센터는 오는 12일까지 열리는 '2025 을사년(乙巳年) 새해 맞이 구렁이 그림'展(전)을 통해 작가 110여 명의 뱀 작품을 선보인다. <대구동구문화재단 제공>

2025년은 음력 을사년(乙巳年)으로 뱀의 해다. 을사년의 '을(乙)'이 청색을 상징하기에 '푸른 뱀의 해'로 불리며, 오는 29일 설날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뱀띠는 12개의 띠 중 여섯 번째 띠로 시(時)는 오전 9~11시, 방위는 남남동(南南東)에 해당하며, 뱀이 상징하는 달은 생명이 움트는 음력 4월이다.

흥미로운 점은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뱀만큼 다양한 평가를 받는 동물도 드물다는 점이다. 전 세계에서 뱀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지만 우리나라의 전통적 관념 속에서 뱀의 이미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표적 예로 한꺼번에 여러 개의 알을 낳는 뱀은 다산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집안의 재물을 상징하는 '업신'의 형태로 나타난다. 최근까지도 집에 구렁이가 있는 것을 길조로 바라보는 문화가 보편적이었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현대사회 및 서구의 관점에서도 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는 확산돼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Asclepius)'는 뱀을 휘감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데, 이는 허물을 벗으며 성장하는 뱀의 특이한 성장 형태가 치유와 재생의 상징이 된 것과 무관치 않다. 이런 이유로 뱀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 의사단체 및 군대 의무병과의 상징동물로 활용되고 있다. 공중보건을 담당하는 유엔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마크 가운데에도 지팡이를 휘감은 뱀이 자리해 있다. 최근에는 애완동물로 뱀을 키우는 이들까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으며, 인터넷에서는 애완뱀을 위한 먹이까지 판매 중이다.

반면 자칫 징그럽게 느낄 수 있는 뱀의 외모와 맹독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주기도 한다. 포유류와 달리 털과 다리가 없으며 길쭉한 뱀의 생김새로 인해 부정적 이미지도 적지 않다. 조선시대 작자 미상 소설인 흥부전 속 구렁이는 제비 새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동물로 등장한다. 특히 뱀은 인간의 생명에 위협을 가할 수 있는 동물로 지금까지도 경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 해 동안 뱀 물림으로 인한 119구급대 환자이송 건수만 864건에 달했다. 기독교 세계관 속 에덴동산에 살고 있던 아담과 이브의 평화로운 삶을 깨뜨린 것도 다름 아닌 뱀이다. 사악한 뱀의 꼬임에 넘어가 선악과를 먹은 아담과 이브는 결국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만다. 불교에서도 독사가 득실거리는 지옥이 등장한다.

뱀은 생태계 포식자로서 자연 속 생물 다양성 및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안타깝게도 인간에 의해 수난을 겪고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한때 뱀을 특별한 보양식으로 여기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 밀렵·밀거래 적발 건수는 8천871건이었는데, 밀렵 야생동물 중 뱀이 가장 많았으며 멧돼지, 노루, 고라니, 꿩이 그 뒤를 이었다.

뱀과 관련된 대구경북의 지명에도 눈길이 간다. 대구 수성구 '파동(巴洞)'의 한자 '(巴바랄 파)'가 '큰 뱀'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명예교수는 "파동 주변에는 용두산과 용두산성이 자리해 있으며 파동을 가로지르는 신천은 '용두방천'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용(龍)'은 커다란 뱀인 이무기가 승천한 것인데 인근 신천과 고산골에서 공룡 발자국까지 발견됐으니 뱀과의 인연이 남다르다 하겠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토교통부 국토지리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경북 경산시 사동(巳洞) 역시 뱀과 관련된 지명이며, 경주시 남면 구암리의 마을 이름 '구뱀이' 역시 '귀가 달린 뱀이 나왔다'고 해 유래된 지명이다. 이밖에도 의성군 가음면 현리리 '뱀산', 안동시 옥동 '뱀머리' 마을, 봉화군 봉화읍 삼동리 '뱀바위' 마을 등 뱀과 관련한 다양한 지명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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