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작가로서 삽화가 협업 때
서로 생각 달라 만족없는 결과
AI프로그램으로 간극 해결해
"내 글을 이해하고 이미지 생성
AI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계단"
협업을 중시하는 사람들이 자주 꺼내는 이 공식은 단순한 덧셈의 틀을 넘어선다. 두 사람이 힘을 합치면 단순히 둘을 더한 결과가 아닌, 세 명 이상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공식은 성립하기가 쉽지 않다. 서로의 생각을 이해하고 조율해야 하는 과정이 순탄치 않을 때가 많기 때문이다. 대화를 통해 서로 의도를 공감해야 하지만, 남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듯 이해하기란 불가능하다.
진수지 작가가 AI를 통해 만든 대표 작품. <진수지 작가 제공> |
진수지(50) 작가는 20년 가까이 한국 타로카드의 1세대 그랜드 마스터로 20종이 넘는 타로 관련 도서를 출간했다. 현재 직업은 영상화 판권 매니저다. 그는 글을 쓰는 작가로서 자신의 글을 시각적으로 풀어내는 삽화가와의 '예술 협업'을 오랫동안 해왔다. 하지만 작가와 화가의 시선이 달라서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겪었다. "작가는 머릿속 상상을 문장으로 표현하고, 삽화가는 이를 그림으로 풀어냅니다. 하지만 생각이 다르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기가 쉽지 않죠."
그러던 중 진 작가는 AI(인공지능)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미드저니(Midjourney)·스테이블디퓨전(Stable Diffusion) 등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는 텍스트 입력만으로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에 매료됐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참고 자료로 보여주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AI가 내 글을 이해하고 바로 이미지를 생성하더라고요. 정말 멋진 세상 아닙니까."
그의 도전에 쉰을 바라보는 나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48세에 미드저니를 배웠습니다.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AI 전문가로 활동 중이죠. 국내외 AI 전문가 가운데 50~60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요. AI는 나이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기술입니다."
진수지 작가의 실물사진을 미드저니를 통해 제작한 캐리커처. 〈진수지 작가 제공〉 |
진 작가는 작가로서의 경험이 AI 창작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했다. AI가 작가의 상상을 시각화해주는 도구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상상을 가능케 하는 계단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상하는 장면을 눈으로 본다는 건 또 다른 이면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계단의 역할을 하죠. 그 계단 덕분에 또 다음 층으로 건너가게 됩니다. 작가들이 글을 쓸 때 특정한 한 가지의 모든 것을 파고드는 게 AI의 표현과 같은 맥락입니다. 지정된 피사체 이외의 것들을 집요하게 묘사해야 간극이 줄어들죠. 그래서 작가의 경험이 이미지를 AI로 만드는 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쉽지 않다. 진 작가가 이미지 생성의 한계점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도전은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의 밑바닥을 끝까지 파내 드러내는 것이었다고 회상했다. "(이미지 생성을) 글로 표현하는 만큼, 얼마나 아는가에 따라 프롬프트의 구체성이 달라지거든요. 구체적 표현의 한계를 매일 극복하고 있습니다."
진 작가는 AI시대의 과도기를 지나는 지금은 창의적인 작업에서 인간의 역할이 분명히 존재한다고 본다. "작업의 시작을 선언하고 레퍼런스의 취사를 선택하고, 설정상 무엇이 틀렸는지 확인해 수정하죠. 현재 AI는 드로잉 툴 정도의 역할을 하지만, 앞으로 사람의 손이 덜 가는 형태로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진 작가는 AI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AI로 삶은 편리해지겠지만 달라지진 않을 겁니다. 비용 문제로 모든 것이 AI로 대체되진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AI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는 방법은 없습니다. 이 점을 아는 사람들이 먼저 시작해 앞서나가고, 많은 수입을 얻고, 높은 지위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당연해지리라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것들이 예전에는 거부되던 것들이었습니다. 역사는 반복되는 거죠."
손선우기자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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