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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7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의 주체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경찰로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일 윤 대통령 체포 무산을 비롯해 공수처 수사 역량을 놓고 논란이 커지면서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수사 권한도, 역량도, 지휘 권한도 없는 공수처는 즉시 대통령 수사를 포기하고 경찰에 사건 일체를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내란죄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는 공수처가 받은 영장은 무효라는 게 권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또 "공수처는 경찰에 대한 영장 집행 지휘 권한도 없다. 문재인 정부가 조정한 검경 수사권에 따라 검사의 구체적 영장 지휘 규정이 삭제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공수처는 직권남용을 들고 와 관련 범죄로 내란죄를 수사하겠다는 것이지만 확실하게 내란죄 수사권을 갖고 있는 곳은 경찰밖에 없다"면서 사건 이첩에 힘을 실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이 저렇게 버티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체포영장을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위법성 논란으로) 윤 대통령에 법적인 빌미를 준 셈이다. 지금이라도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비판하면서도 사건 이첩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무너진 공권력 권위를 바로 세우지 않으면 범죄자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지속될 것이고 책임의 큰 부분을 공수처가 감당해야 한다"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지난 4일 윤 대통령 체포 무산 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가진 비상 회의에서 내란 수사 주체를 경찰로 재이첩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정치권에선 여권을 중심으로 내란죄 수사의 경찰 이첩에 목소리가 나오자 정치적 고려가 담긴 것으로 보고 있다. 먼저 윤 대통령 측이 현행법상 내란죄 수사 주체를 경찰로 보고 있어 국민의힘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권에서는 공수처의 수사 역량에 이어 정치적 편향성도 문제 삼고 있다. 공수처가 문재인 정부에서 태어난 기관이어서 마뜩지 않은데다 인적 구성도 편향적이라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가 검찰의 힘을 빼겠다며 만든 괴물"이라며 폐지를 요구했다. 권 원내대표도 "공수처의 성적은 처참하다. 출범 이래 8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6천여 건의 접수 사건 중 기소한 건 고작 5건에 불과하다"며 수사 역량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한편 공수처는 윤 대통령 체포 영장을 발부받았던 서울서부지법에 윤 대통령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했다. 이번에는 지난번과 달리 체포 거부에 대비해 7일 이상 기한을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장이 다시 발부되면, 공수처와 경찰은 일정을 논의한 후 재집행에 나설 전망이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