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전 대령 1심 항명·명예훼손 모두 무죄
'조사내용 수정 정당하지 않다'는 부문에 영향 주목
野 "외압·몸통 밝힐 것" 與 "'외압설' 실체 없어"
![]()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
![]() |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과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군사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어머니 김봉순씨와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른바 '채상병' 사건의 중심에 섰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게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최종 판결은 아니지만 향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관련 수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주목된다.
중앙지역군사법원은 9일 해병대 채모 상병의 순직 사건 관련해 '항명·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전 대령의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박 전 대령은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기록의 민간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김계환 당시 해병대사령관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항명했다는 혐의로 같은 해 10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이에 대해 먼저 군사법원 측은 명확한 이첩 보류 명령이 없었다고 판단했다. 김 전 사령관이 박 전 대령에게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을 개별적·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했다기보다는 사령부 부하들과 함께 기록 이첩 시기 및 방법에 대한 회의나 토의를 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법원은 해병대 수사단이 실제 사건 기록 이첩에 나선 이후 김 전 사령관이 이첩을 중단하라고 명령했으나 박 전 대령이 복종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당시 이첩 중단 명령은 정당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즉 결국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는 명령은 없었고, 이후 이첩 실행 때 중단하라는 명령은 있었지만 이는 정당하지 않은 명령으로 박 전 대령의 항명죄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한 것이다. 또 박 전 대령은 이후 언론 인터뷰 등에서 당시 이종섭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왜곡해 이 전 장관이 부당한 지시를 한 것처럼 일반인이 느끼게 했다는 상관명예훼손 혐의도 적용됐다. 군사법원은 이 부분 역시 무죄라고 판단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선 이번 무죄가 향후 관련 수사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이날 재판부는 "기록 이첩 보류 명령이 정당한 명령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전 대령 측이 주장해온 'VIP 격노설' 등 외압 의혹에 대해선 맞는지 따져보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재판부는 김 전 사령관의 이첩 중단 명령은 이 전 장관의 지시에 따라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내용을 수정할 목적이었기 때문에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해 주목을 받았다. 이는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내용을 수정하려는 시도 자체가 정당하지 않다고 읽힐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박 전 대령은 무죄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오늘의 정의로운 재판은 오로지 국민 여러분의 지지와 응원, 성원 있었기에 이런 결과가 있었다"며 "지혜롭고 용기 있는 판단을 내려준 군판사들에게 경의를 보낸다"고 말했다. 국방부 측은 "군사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며 "국방부 검찰단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검찰단이 항소하면 2심 재판은 민간 법원에서 진행된다.
한편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며 "민주당은 채 해병의 죽음에 얽힌 내막과 외압의 몸통을 밝혀내는 일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이는 윤 대통령과 연관된 '외압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국민의힘도 이날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판결 내용은 민주당이 선동하던 '수사 외압설'과는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호준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이번 판결에서도 수사 외압설을 뒷받침할 만한 내용은 한 줄도 나오지 않았다"면서 "민주당이 무차별로 제기했던 수사 외압설은 어떤 증거나 증언도 나오지 않아 이미 실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