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누구를 위해 누군가 기도하고 있나 봐
숨죽여 쓴 사랑시가 낮게 들리는 듯해
너에게로 선명히 날아가 늦지 않게 자리에 닿기를
시인
(중략)
지켜봐 나를 난 절대 멈추지 않아 이 노래
너의 긴 밤이 끝나는 그날
고개를 들어 바라본 그곳에 있을게 아이유 '러브 포엠'
내가 이해하는 시는 결정된 세계를 허무는 것이거나 그 허물어진 모양에 가깝다. 말하자면 차갑고 단단한 콘크리트를 가로지르는 금이거나 그 금에서 돋아난 초록의 싹 같은 것. 그것이 미래를 가능하게 하고 간밤의 꿈을 아침의 현실로 만든다. 우리가 사랑 앞에서 느닷없이 피안을 느끼는 이유도 그것이 균열과 어긋남을 통해 현재를 재구성하는 '시적 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는 오직 당신에게 닿기 위해 미래를 당겨와 제 몸을 여는 연대의 증표인 것이다. 꼭 오랜 유비에 기대지 않더라도, 이 소음의 세계를 관통하는 노래 또한 한 편의 시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시인이 시적 실천을 통해 스스로 시가 되는 것처럼, 어떤 가수는 노래의 아름다움을 세계의 아름다움으로 옮겨놓느라 더불어 시가 되기도 한다. 마치 여의도에서 장갑차를 막아선 청년이거나 한남동 눈밭에 등장한 키세스 인간처럼, 또한 겨울 동성로를 뜨겁게 달구는 'TK의 딸들'처럼 말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우리인 이상 노래는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결국 시는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가장 뜨거운 약속이기도 하니까. 지금 이 세계의 시는 당신이고 당신은 지금 콘크리트를 깨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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