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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체능 재능 있는 게 오히려 불행"...안마사만 강권하는 사회

2025-01-13

철옹성 같은 현실 장벽에 꿈 꺾이는 시각장애 취준생들

예체능 재능 있는 게 오히려 불행...안마사만 강권하는 사회

"현재로선 안마사 말고는 길이 안 보여요."

시각장애인 한효원(18)양의 최근 고민거리는 단연 진로 문제다. 이른바 '절대음감'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들어온 그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바이올린 연주에 두각을 나타냈다. 뛰어난 재능을 인정받고 현재 대구시교육청 소속 위드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처럼 재능을 타고난 그도 취업 시장에선 상황이 녹록지 않다. 시각장애인 꼬리표를 떼기가 어려워서다. 시각장애인에게 예체능 관련 재능은 불행에 가까운 게 아니냐는 생각까지 하게 되는 실정이다. 한양은 "시각장애인은 마땅히 참가할 콩쿠르도 드물다. 비장애인들과 겨루는 것도 여러모로 현실적인 장벽이 많다"며 "아직 진로를 확실히 정하진 않았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일자리는 안마사밖에 없는 것 같다. 2학기부터 관련 전공과 진학 준비를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대구광명학교 고2년 한효원양
절대음감·바이올린 연주 두각
시교육청 위드심포니 단원 활동
취업전선 '시각장애 꼬리표' 고민

철도직 꿈꾸던 21세 이도훈씨
안마사 月수입 150만~200만원
"그거라도 벌며 다른 공부해라"
주위 조언에 자격증과정 등록

대구지역의 적잖은 시각장애인 취업준비생들이 현실적 장벽 앞에 꿈을 접고 있다. 진로 탐색에 중요한 요소인 흥미와 적성은 뒤로한 채 그나마 '경제적 자립'이 가능한 안마사로만 눈을 돌리는 실정이다.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업을 선택할 자유마저 제한받고 있는 셈이다.

예체능 재능 있는 게 오히려 불행...안마사만 강권하는 사회
지난 6일 대구 남구 광명학교 안마사 자격층 취득 교육과정에서 한 수강생이 실습을 하고 있다.

시각장애인 이도훈(21)씨는 최근 안마사로 진로를 결정하고, 대구 남구 광명학교에서 운영하는 안마사 자격증 취득 교육과정에 등록했다. 광명학교는 시각장애인들의 교육·취업을 돕는 특수교육기관이다. 대구경북에서 유일하게 안마사 자격증 취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곳이다.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 종사할 수 있도록 법적으로 정해진 유보직종이다. 시각장애인에겐 비교적 안정적인 직장으로 꼽힌다.

어릴 때 철도 관련 공무원이 꿈이었다는 이씨. 하지만 현실적인 장벽 앞에 결국 꿈을 내려놨다. 그는 "안마사와 함께 다른 공부를 병행해도 늦지 않다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 결정을 내렸다"며 "앞이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이 너무 아쉽다"고 했다.

그렇다고 안마사가 돈을 잘 버는 것도 아니다. 안마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안마사 평균 월급은 150만~200만원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이마저도 감지덕지한 수준이라는 게 시각장애인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시각장애인이 이른바 '괜찮은 일자리'를 구할 확률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 수준이다.

시각장애인 청년들의 소원은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세상이 도래하는 것이다. 이들은 현재는 무언가를 배울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고 있다고 항변한다. 광명학교에 다니는 한 학생은 "무언가를 배우고 싶어 학원을 다니려고 해도 시각장애인이라는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아예 받아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는 눈만 안 보일 뿐이지 듣고 말하고 외우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조윤화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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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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