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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취업 선택지는 많지 않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시각장애인은 학교에서 이료교과(안마사 자격증 취득과정) 위주 교육을 받았다. 학생의 재능과 적성은 무시한 채 오직 안마사로의 취업을 용이하게 해주는 교육 방식이었다. 이에 시각장애인에게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끓었고, 2015년 특수학교 교육과정이 개편됐다. 바뀐 교육과정에선 이료교과 비중이 줄고, 일반 교과목 중심으로 편성됐다.
광명학교 이강진·권기홍 교사
"진로탐색 기회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직업선택지 안마사뿐"
"근로시간 짧고 최저시급 이하
공공 주도 일자리 난립 부작용
근로의욕 꺾고 현실 안주 초래"
그로부터 10년이 흘렀다. 그러나 변한 건 별로 없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교육과정 개편 후 학생들의 진로 탐색 기회는 분명 늘었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직업 선택지는 안마사뿐이기 때문이다.
이강진 광명학교 진로상담 교사는 "교육과정 개편 후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늘었지만, 대학 진학 후 취업이 가능한지는 별개의 문제"라며 "대학 진학 후에도 취업이 어려워 안마사 교육과정을 듣기 위해 다시 학교를 찾는 졸업생이 더러 있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뿌리 깊은 사회적 편견과 제도적 한계성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공기관 등 정부 차원에서 주도하는 일자리가 오히려 시각장애인 청년들의 근로의욕을 꺾을 수 있다는 우려도 현장에서 나왔다. 지원 제도가 하향평준화되면서 학생들이 점차 도전 의지를 잃고 있다는 것.
이 교사는 "공공기관 등에서 알선해 주는 시각장애인 일자리는 근로시간이 짧고, 월급도 최저시급 이하인 경우가 태반"이라며 "난립하는 공공 주도형 단기 일자리들로 인해 학생들이 자기계발과 꿈을 포기하고, 현실에 안주하는 부작용이 초래되고 있다"고 전했다.
광명학교 고3 담임교사를 맡고 있는 권기홍(51)씨도 "지금과 같은 지원책은 시각장애인 몇 명이 취업했다는 수치를 부풀리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정작 시각장애인 누구도 진정으로 원하는 지원 형태가 아니다"며 "근무시간 확대 등 실질적인 변화를 이루기 어렵다면, 근무시간 외 남는 시간을 활용해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자기계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
조윤화 수습기자

이승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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