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산목공방에 목공예 체험을 하러 온 효성중 동아리 학생들이 체험 후 단체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앞산목공방 제공> |
교육기관 대상 체험프로그램도 운영
"질감·색·유해물질 등 고려 소재 선택
실용성·美 다 갖춰야 자주 찾게 되죠"
교구라는 게 쉬운 듯하면서도 고민할 게 많은 제품이다. 아이들이 쓰는 물건이기에 소재를 잘 고려해야 한다. 쓰다가 다치진 않을지, 유해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그럼 좋은 거 쓰면 되잖아!' 소비자 입장에선 간단한 문제지만 판매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다. 원목은 변형이 생겨 교구에 적합하지 않다. 최소 합판은 써야 한다. 그중에서 또 좋은 걸 써야 하는데 단가가 올라가니 고려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구 남구 대명동, 앞산 자락에 위치한 앞산목공방은 친환경 소재의 교구를 저렴한 가격에 내놓고 있다. 2023년 문을 연 이곳은 대구 토박이 배원한(41) 대표가 미술 교사로 일한 경험을 살려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친환경이라고 다 같은 친환경이 아니다. 친환경 목재는 가구 유해물질인 포름알데히드의 방출량에 따라 E2, E1, E0, SE0 등급으로 나뉜다. SE0에 가까워질수록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적다. 우리나라에선 E1부터 실내 가구로 사용이 가능하지만 E0 자재에 비하면 방출량이 70% 정도 많다. 앞산목공방은 E0 등급 이상의 자재로 교구를 제작·공급한다. 단가는 E1 자재에 비해 10~15% 비싸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한다. 배 대표는 "아이들이 쓰는 물건이라 친환경 소재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해요. 사업 초기 단계다 보니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비교적 값싸게 판매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교과 수업 준비도 해야 하고, 아이들 지도, 학부모 상담도 해야 하는데, 결국 개인 시간을 갈아넣어야 하더라고요. 학교 현장에선 조금 어렵겠다고 느꼈고, 제대로 해보자 생각했어요."
목재교육전문가 자격이 있는 그는 미술 교사로 근무할 적 학교에서 '메이커 교육'을 담당했다. 다양한 도구를 활용해 물건을 만들고, 시행착오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며 보완해 나가는 활동에 매력을 느꼈다. 목공 메이커실을 구축하는 등 이런저런 시도를 했지만 학교에선 한계가 있다고 느껴 목공방에서 목공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교육 기관이 주 대상이다.
이런 노력들이 빛을 발해 앞산목공방은 창업 2년도 안돼 입소문을 탔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런저런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교육 신청, 봉사 의뢰는 물론 대구에서 평생 목수로 일한 고인의 수공구를 기부받기도 했다.
올해는 대구 내 공장 설립을 추진해 기업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현재도 교구를 제작하는 자체 현장이 있지만 공간이 협소해 외주 가공을 많이 맡기고 있어 이 점을 보완하려 한다. 또 대구경북은 서울보다 목공방이 많지만 목재 교구 전문 업체는 드물다. 지역 목재체험장에 납품하는 업체도 다른 지역 기업이다. 배 대표는 "2025년은 공장 설립, 해외 수출 등으로 기업 규모를 키우는 한편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목재 교구 기업으로 거듭나려 해요"라며 포부를 밝혔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