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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내 손으로 만드는 명품(2) 남산동 향수공방 '초록도' "취향 찾아내고, 양 조절하고, 공병 꾸미다보면 어느새 마음도 힐링"

2025-01-24

"가정집 개조한 공간 마치 초록섬 같아
과거 조향 통해 예민한 감각 다스려
손님과 친밀감 쌓아가는 기쁨도 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내 손으로 만드는 명품(2) 남산동 향수공방 초록도 취향 찾아내고, 양 조절하고, 공병 꾸미다보면 어느새 마음도 힐링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향수공방 초록도 내부 모습(왼쪽)과 초록도에서 손님들이 향수 제작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조현희 기자·초록도 제공 >

지난 17일 찾은 대구시 중구 남산동의 한 골목. 주택이 빼곡히 모여 있다. 녹색 대문이 눈에 띈다. 대문을 여니 가정집을 개조한 아늑한 공방이 나온다. 은은한 향이 나 코를 킁킁거렸다. 2019년 문을 연 향수제작 공방 '초록도'다. 초록도의 김도경 대표(28)는 원래 언어치료를 전공했다. 이후 예민한 감각을 다스리기 위해 조향을 배웠는데, 이때 향을 통해 치유받은 경험이 공방 문을 여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초록도란 이름은 김 대표의 제호(齋號)에서 시작됐다. 서예를 하는 어머니가 지어준 제호 '초록(抄錄)'과 자신의 이름 중 '도'자를 따 착안했다. 하지만 점차 '초록색 섬'으로 인식됐고, 이는 현재 브랜드의 정체성이 됐다. 오래된 가정집 내 우드톤의 인테리어와 곳곳에 놓인 식물은 정말 섬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초록도엔 다소 특이한 세계관도 있다. 이곳에서 김 대표는 도지사, 손님은 도민, 직원들은 이장님으로 불린다고.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내 손으로 만드는 명품(2) 남산동 향수공방 초록도 취향 찾아내고, 양 조절하고, 공병 꾸미다보면 어느새 마음도 힐링
대구시 중구 남산동에 위치한 향수공방 초록도 내부 모습(왼쪽)과 초록도에서 손님들이 향수 제작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 〈조현희 기자·초록도 제공 >

"향 만들어본 적 있으세요?" 김 대표는 향수를 만들어본 적 있는지를 첫 인사처럼 물었다. 없다고 답하니 평소 어떤 향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어떤 종류가 있냐고 반문하니 김 대표는 향의 종류가 적힌 보드판을 꺼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메뉴를 고를 때 한식, 양식, 중식, 일식 중 어떤 종류를 먹을지 고르는 단계예요." 음식의 카테고리처럼 향도 크게 플로럴, 시프레, 푸제르, 오리엔탈, 시트러스로 다섯 가지 타입이 있었다. 플로럴은 사계절 내내 무난하게 쓰기 좋은 향. 시프레는 비 온 뒤의 향기나 상쾌한 느낌을 좋아하는 이들이 선호. 푸제르는 격식을 갖춘 옷을 입은 사람이 떠오르는 향. 오리엔탈의 경우 인센스 스틱처럼 강렬하고 깊은 향. 시트러스는 상큼한 과일 향이다.

오리엔탈 타입을 고르니 갈색 병에 담긴 10개 향료가 나왔다. 본격적으로 나만의 향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하얀 시향 종이에 스포이트를 한 방울씩 떨어트린다. 향을 맡은 뒤 바로 선호도를 적는다. 그렇게 가장 마음에 드는 향료를 6개까지 추려낸다. 이를 바탕으로 어떤 향료를 많고 적게 넣을지 정한다. 이쯤 문득 궁금해 진다. 향수는 뿌린 후 향의 생성부터 소멸까지 단계별로 발향이 되는 정교한 특징을 지니는데, 이 단계를 '노트'(note)라 한다. 발향 단계에 따라 톱 노트(top note), 미들 노트(middle note), 라스트 노트(last note)로 구분되는데, 이 노트들은 어떻게 고르면 되는지 물었다. 뒤에 나온 답은 의외였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내 손으로 만드는 명품(2) 남산동 향수공방 초록도 취향 찾아내고, 양 조절하고, 공병 꾸미다보면 어느새 마음도 힐링

"초록도에선 톱, 미들, 라스트 구조를 따로 설명드리지 않아요. 처음 향수를 만드는 분들은 이를 나누는 게 어려울 수 있고, 변수가 너무 많아지기 때문이죠. 대신 10개 향료에 톱, 미들, 라스트에 들어가는 향을 모두 넣어뒀어요. 신기하게도, 발향 구조를 설명하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톱, 미들, 라스트 향을 알아서 적절히 골라요. 향을 어떻게 조합하는 게 좋은지 감각적으로 인지하는 거죠. 그래서 발향 단계보다 자신에게 어떤 향이 어울릴지를 먼저 생각하면 좋을 듯해요."

그렇게 가장 많이 넣을 향료부터 코에 가까이 대고 향들이 섞여 나도록 여섯 개의 시향지를 흔든다. 생각보다 너무 강렬하거나 영 어울리지 않는 듯한 향이 있다. 시향지의 위치를 바꿔 다시 흔든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마침내 내 취향에 딱 맞는 조합을 찾아낸다. 모든 향료를 섞은 뒤 보존·확산 역할을 하는 알코올을 추가한다. 스티커를 붙이고 그림을 그리는 등 공병을 꾸미기까지 하면 나만의 향수가 완성된다.

[위클리포유 커버 스토리] 내 손으로 만드는 명품(2) 남산동 향수공방 초록도 취향 찾아내고, 양 조절하고, 공병 꾸미다보면 어느새 마음도 힐링

이런 독특한 정체성에 니치향수를 찾는 이들도 나오면서 초록도를 찾는 발걸음은 최근 더욱 늘고 있다. 초록도의 지난해 예약횟수는 전년 대비 25.8%, 예약 인원은 35.5% 증가했다. 다음 달엔 대구 신세계백화점에 팝업 스토어를 개최할 계획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는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초록도만의 특징이자 장점은 손님들과의 거리가 멀지 않은 거예요. 요즘 많은 브랜드가 고급화를 추구하는데, 그것도 좋지만 저는 손님들과 소통하고 인연이 깊어질 때 뿌듯함을 느껴요. 정성적인 성과를 중시하며 공방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조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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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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