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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명절 기차표를 끊으며

2025-01-27

[월요칼럼] 명절 기차표를 끊으며
김수영 논설위원

명절을 앞두곤 늘 온 가족이 기차표 예매 전쟁을 치른다. 서울에 있는 큰애 때문에 명절 기차표 예매하는 날은 새벽부터 일어나 가족 숫자대로 휴대전화를 켜고 차표 예매에 나선다. 명절에 대구행 차표를 끊으려면 이 방법밖엔 없다. 하지만 번번이 원하는 날짜에 기차표를 끊지 못하고 그나마 나은 날에 예매한다. 예전보다 명절 차례가 줄고 역귀성이 늘어나 차표 구하기가 쉽다고 하지만 연례적으로 차표 예매를 하는 이들로서는 여전히 큰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정신없이 예매를 하고 나면 허탈감과 함께 왜 이렇게 번거로운 일이 많은데, 그리고 집값과 물가도 비싼데 서울에서 살까 하는 문제를 곱씹게 된다. 대구에서 태어나 20년 정도 살다가 대학 때문에 서울로 간 큰애가 첫 여름방학에 집에 와서 했던 말을 아직 잊지 못한다. "어머니, 애들은 역시 서울에 키워야겠어요." 대학 졸업 후 대구에 내려온다고 크게 기대도 하지 않았지만 아들의 그 말에 큰애와 다시 장시간 얼굴 보며 살 일은 없겠구나 하며 아쉬워했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꽤 섭섭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간다.

큰애 보는 핑계로 가끔 서울을 가면 짬 날 때마다 전시 관람을 한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등 많은 국공립 전시장에서 끊임없이 대형 전시들이 열린다. 대구보다 좁은 면적에 옹기종기 모인 전시장에서 열리는 해외 거장들과 한국 최고 미술가들의 작품은 봐도 봐도 끝이 없다. 대구에서는 결코 쉽게 볼 수 없는 전시들이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만 해도 몇 년에 한 번씩은 파블로 피카소, 살바도르 달리 등 해외 거장 전시가 열렸는데 이젠 그마저도 찾아볼 수 없다. 이들 전시를 보려면 새벽 기차를 타고 서울로 가야 한다.

대구의 문화시설 인프라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광주연구원의 '2023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인구 100만 명당 미술관은 서울의 경우 9.78개인데 비해 대구는 1.69개다. 박물관도 서울 14.32개이고 대구는 7.19개로 나타났다. 이러니 휴일에도 마땅히 갈 곳이 없어 백화점과 대형마트만 돌고 또 돈다.

과연 문화만 서울 쏠림 현상이 있을까. 교육, 의료, 쇼핑도 서울에 집중돼 있다. 입시를 위해 일타 강사에게 수업을 받으려며 서울로 가야 하고, 큰 병이 생겨서 일명 '명의'에게 진료를 받으려고 해도 수도권 빅 5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백화점도 서울 백화점을 둘러보면 대구와 수준 차이를 확연히 느낀다. 그래서 친절하게 서울 유명 입시학원들과 유통업체들이 대구에 지점을 속속 오픈했지만, 토종업체들의 고사로 지역 경제의 활력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권의 거대화, 집중화로 지방은 급격히 쪼그라들고 있다. 지방의 공동화와 경제 침체는 지역 간 불균형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 생산성과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 지자체의 노력도 병행돼야 하지만 정부의 균형 발전에 대한 혁신적인 사고 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올해는 27일 대체 공휴일까지 있어 설 연휴가 길다. 바빠서 명절에 와도 하루 이틀 쉬었다가 가던 큰애가 일주일 정도 있겠다고 한다. 오래간만에 길게 머물러 좋기는 한데 걱정도 앞선다. 아들이 올 때마다 맛집만 돌아다녔다. 이번 긴 연휴엔 맛집만 돌아다닐 순 없는 일. 밥 먹고 나선 무엇을 하나.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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