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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족, 우리에게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가?

2025-01-26

청소년 도박 문제의 해법은 가족 안에 있다

 

[기고] 가족, 우리에게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가?
유승훈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

어릴 적, 필자의 집 거실 한가운데에는 큰 액자에 새겨진 가훈이 자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즘 가훈이 담긴 액자를 찾아보기도 힘들고, 가훈이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그만큼 가정이 지닌 고유한 가치와 역할이 사라지고, 그 자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과 성과만이 채우고 있는 듯하다.

 

그 결과, 우리의 아이들은 방대한 정보를 접하면서도, 그 정보가 가치관이나 철학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기술과 지식만 축적해 가고 있다. 소신보다는 기회가 우선이 되고,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는 경향이 짙어지는 모습이다. 이런 환경과 맥락은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것으로 보인다.

 

물질적 가치와 경쟁이 최우선시되는 사회 구조 속에서, 부모들은 크게 두 가지 양극화된 모습을 보인다. 첫째는 생존에 급급해 여유를 잃어버린 부모들이다. 지쳐버린 부모의 모습은 아이들에게도 불안감을 준다. 둘째는 자녀를 최우선시하며 과잉보호와 지나친 허용적 태도의 부모들이다. 이들은 자기중심적 성향으로 양육되어, 타인과 사회에는 더욱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불안정한 정서와 자기중심적 성향은 문제에 직면하면 현실을 외면하고 순간적 쾌락에 기대는 중독으로 빠질 위험을 높인다.
 

필자가 속한 기관에서는 2023년부터 청소년 도박 문제로 상담을 의뢰한 중·고등학생과 그 부모들을 대상으로, 매주 수요일 늦은 밤까지 회복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의 해법을 찾고자 노력한 지 3년 차에 접어들면서, 우리는 '가족의 회복'이 가장 중요한 열쇠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가족 회복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했다.
 

첫째, 부부관계가 가장 중요하다. 서로를 믿고 지지하는 돈독한 부부관계는 아이에게 안정감과 신뢰를 심어주고, 문제가 생겼을 때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기반이 되고, 삶을 살아갈 기준이 되어준다. 둘째, 자녀와의 소통이다. 부모가 어른의 관점으로만 아이를 재단하지 말고,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진심으로 대화하고 공감함이 필수적이다. 소통을 통해 이해받음을 경험한 아이들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가능한 아이로 성장한다. 누군가에게 식상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으나, 이 두 가지를 노력하다 보니, 죽기 전에는 절대로 끊지 못한다는 도박이 끊어지는 기적을 보게 되었다.
 

이와 함께 중요한 것은 가정의 회복을 지원할 사회적 시스템의 연대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사회복지와 치유 시스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다. 하지만 기관들이 각자 역할에 치중하다 보니,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나 지엽적이고, 현상에 집중되어, 그 결과 문화적 공백이 생기고, 이 틈새로 온갖 유해 요소들이 침투하고 있다.
 

사회통제이론에 따르면, 가정·학교·지역사회가 전통적인 사회적 유대를 형성할 때 일탈 행동(중독 포함) 발생을 억제하고 예방할 수 있다고 본다. 과거처럼 자연스럽게 공동체적 유대감이 형성되기 어려운 시대이기에, 이제는 의식적으로라도 '유대'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사회 곳곳에서 크고 작은 유대가 생길 때, 그것이 안전한 사회를 지탱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이다.
 

대구 시민 모두가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변화를 위해 힘을 모을 때, 진정한 의미의 '가족 회복'이 관련 기관만의 노력에서 시민운동으로 번져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가족이 우리에게 다시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가 될 것이다.
 

유승훈 대구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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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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