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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 50년 전 '대구의 지붕'이었던 이곳…'소방망루'를 가다

2025-02-02

1975년 중부소방서 건립하며 조성, 전국 5곳뿐
7층 건물 높이, 당시 이 일대서 가장 높아
24시간 망루 근무, '파수꾼' 역할 톡톡
현재 방치돼, 동부서는 올해 사라질 위기
전문가들 "교육자료로 활용 가치 충분"

[Y르포] 50년 전 대구의 지붕이었던 이곳…소방망루를 가다
지난달 20일 대구 중부소방서 소방망루에서 소방서 관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있다. 조성 당시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소방망루지만, 현재는 고층 아파트 숲에 둘려싸여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Y르포] 50년 전 대구의 지붕이었던 이곳…소방망루를 가다
지난달 20일 대구 중부소방서 소방망루에서 소방서 관계자가 망원경을 들여다보고 있다. 망루 전방에 이월드 83타워가 보인다.
[Y르포] 50년 전 대구의 지붕이었던 이곳…소방망루를 가다
대구 중부소방서 전경. 3층 건물 청사 위로 소방망루가 우뚝 솟아 있다.
[Y르포] 50년 전 대구의 지붕이었던 이곳…소방망루를 가다
대구 동부소방서 전경. 청사 위로 소방망루가 솟아 있다.

지난달 20일 방문한 대구 중부소방서(중구 남산동). 소방서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청사 3층 한켠에 있는 문을 열자, 먼지가 켜켜이 쌓인 비밀 통로가 나타났다. 어딘가로 통하는 나선형 계단은 사람이 한 명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좁았다. 드문드문 깨져 있는 벽면 타일은 세월의 흔적을 짐작케 했다. 77개의 계단을 밟고 올라서자 사방이 통유리로 된 3평(9.9㎡) 남짓한 공간이 나왔다. 대구소방의 산 역사인 '소방 망루'였다.

1975년 대구 최초 현대식 소방건물로 건립된 중부소방서(당시 대구소방서)에는 7층 높이(25m)의 소방망루가 설치돼 있다. 소방서 자체 지대도 높아 실제는 10층 이상의 높이라는 게 소방서 측 설명이다. 조성 당시 소방망루는 이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2층 건물도 귀했던 당시 대구에서 7층 높이의 소방망루는 이 일대 명물로 인식됐었다. 현재 대구에는 중부소방서와 동부소방서 2곳에서 소방망루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전국에 소방망루는 대구 2곳을 포함해 5개소 뿐이다.

이날 찾은 중부소방서 소방망루의 시야는 탁월했다. 거리상 1㎞가량 떨어진 서문시장 일대는 물론, 3㎞ 이상 떨어진 달성공원역과 동성로 등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다만, 망루 동·남쪽으로는 30층 이상 고층 아파트 숲에 둘러싸여 시야가 많이 가려졌다.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망루 한편에는 종(鐘)도 있었다. 망루 근무자들이 화재 현장을 발견하면 이를 알리는 용도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망루는 통신 수단이 변변치 않았던 1980년대 중반까지 대구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책임지는 이른바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압도적인 높이로 레펠 훈련 장소로도 각광 받았다고 한다.

중부소방서 측은 "1980년대 중반까지 소방망루에서 24시간 교대 근무를 서며 동성로와 서문시장, 달성공원, 두류공원 등 대구 시내 전역의 화재 발생을 감시했다"며 "소방망루는 현대 대구소방의 상징과도 같은 건물"이라고 했다.

이처럼 대구시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켜 온 소방망루지만, 각종 개발과 도시환경 변화 등 세월의 흐름은 비켜까지 못했다. 한때 소방망루를 어린이들을 위한 체험공간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중부소방서는 10여 년 전부터 안전상의 우려로 운영을 중단했다.

그나마 당분간 이렇다할 이전 계획이 없는 중부소방서는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2026년 대구 신서혁신도시로 이전이 예고된 동부소방서(동구 신천동) 경우, 소방망루가 보전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동부 소방서 건물은 이달 중 리모델링 공사 설계공모에 들어간다. 동부소방서 건물은 올 하반기부터 리모델링 공사가 시작되면 내년엔 창업기업 입주공간으로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소방서 소방망루가 그 기능은 다했지만 대구 소방사(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만큼 보전여부는 여전히 지역사회의 관심사다.

전문가들은 소방망루 건물을 역사적 가치를 지닌 교육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박찬수 대구대 교수(소방안전관리학과)는 "대구시내 곳곳에 높은 건물이 들어서면서 소방망루가 현재 화재를 감시하는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교육자료로선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소방망루는 소방의 '파수꾼' 역할을 증명하는 중요한 유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근대 소방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건축물이기 때문에 현재 방치되고 있는 망루를 재보수해서 어린이들에게 교육자료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이승엽기자 sylee@yeongnam.com구경모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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