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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돈현 소이랩 대표의 대표 작품. <최돈현 대표 제공> |
'AI 마스터'. 최돈현(44) 소이랩(soy.lab) 대표의 새로운 수식어다. 그는 20년 넘게 광고, VFX(시각효과), 게임·애니메이션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래픽스 슈퍼바이저(그래픽스 팀 총괄 관리)와 제작 총괄을 맡아 왔다. 주요 작업으로는 국내외 대기업의 VFX 커머셜과 영화 '차우' 및 게임 '아키에이지' '레이븐'의 시네마틱, 그리고 애니메이션 '레드슈즈' 등이 있다. 그런 그가 이제 AI 기술을 활용한 창작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다. VFX 업계에서 쌓은 경력 위에 AI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면서 더욱 다양한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20여년 그래픽스·제작 총괄
AI로 게임 개발 한계성 극복
속도·표현력 경험 가능성 확신
소이랩社 프로세스 구축 성공
"AI도 결국 익숙한 도구 될 것"
최 대표는 VFX 경험과 AI 기술을 접목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 2023년 5월 페이스북 AI 유저 그룹 '스테이블 디퓨전 코리아'를 개설하고, 지난해 9월 <주>소이랩엑스(www.soylab.ai)를 창업했다.
그는 다양한 주제로 크리에이터와 커뮤니티 사이에서 디지털 아티스트들이 더 나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손그림이나 기존 작품을 재해석하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구성과 표현 소재를 다양화해 AI 작품으로 제작하고 있다. 최 대표가 AI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2022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게임회사 개발 부서에서 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 '스테이블 디퓨전'에 대한 정보를 처음 접하고 매료됐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항상 표현에 대한 갈증과 시간 부족이라는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기획부터 검토까지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지만, 한정된 시간 안에서 표현의 한계는 늘 아쉬웠어요. 그런데 AI 이미지 생성 기술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게 해줬어요."
기존 VFX와 게임 그래픽 작업에서 시도할 수 없었던 속도와 표현력을 경험하면서 AI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됐다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 과정은 많은 시간이 필요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목표에 다가갑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주요 목적이 소실되거나 표현의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결정 단계에서 작업 피로로 인해 최적의 결과를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습니다. AI를 통해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더 나은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얻었습니다."
이후 그는 페이스북에 AI와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면서 '스테이블 디퓨전 코리아'를 개설하고, AI 크리에이터들과 아이디어를 교류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얻은 영감과 정보는 소이랩의 성장 동력이 됐다. AI는 최 대표의 상상력을 구현하는 데 마중물이 됐다. "우연성에서 비롯된 결과물이 목표로 변할 수 있고, AI를 통해 얻은 시간적 여유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할 결정을 유도합니다. 새로운 자극은 여러 영감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수많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백문이불여일견입니다. 소이랩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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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새로운 기술을 체계화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최 대표는 AI 작업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일관된 결과를 얻기 위한 정규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생성형 AI가 일회성 작업에는 적합하지만, 장기 프로젝트에서 안정적인 워크플로를 만드는 것이 큰 도전이었다. 그는 노드(특정 작업이나 기능 수행 모듈)형 플랫폼 'ComfyUI'를 통해 정규화된 프로세스를 체계화했다. 이를 통해 반복적인 작업을 줄이고 더 나은 품질의 결과물을 얻는 데 성공했다.
"AI는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창조할 기회를 제공하는 효율적인 도구입니다.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곧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길입니다." AI를 두려워하거나 거부감을 갖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AI는 겉보기에 막강해 보일 수 있지만, 본질적으로 사람이 만든 도구에 불과해요. AI가 만들어내는 결과물도 사람의 의도와 결정에 따라 달라지죠. 기술 자체를 경계하기보다는 AI가 우리의 삶과 시장의 변화를 어떻게 이끌고 있는지 주목해 보시라."
이어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모든 시작은 작은 한 걸음에서 시작됩니다. 그림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디지털로 넘어왔던 과정처럼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도 결국 익숙한 도구로 자리 잡게 될 것입니다."
최 대표는 AI 기술을 배우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커뮤니티에 참여해 정보를 얻고 교류하는 것을 추천했다. "'스테이블 디퓨전 코리아'와 같은 커뮤니티에서 질문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기술과 가까워질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완벽하게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부담 없이 경험해 보고 꾸준히 익혀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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