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재명계 잠룡들 비판 목소리 잇따라
친명계서는 "내란 계엄 정당화 세력과 싸워야" 목소리도
이재명 "(대선은) 누가 아닌 승리가 중요" 직접 입장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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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일 경기 화성시 팔탄면 아비만엔지니어링에서 열린 경영악화 수출기업 애로청취 현장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한 비명(바이재명)계의 비판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종반부로 향하면서 야권 잠룡들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3년 전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당내 비명계와 친명(친이재명)계 간 공개적 충돌로 이 대표가 직접 진화에 나서는 등 조기 대선 국면에서 야권의 계파 갈등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비명계에서 이 대표에게 '직격탄'의 포문을 연 것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재명) 대표 옆에서 아첨하는 사람들이 한 표도 더 벌어오지 못한다"며 친명계를 비판했다. 그는 "김경수·김동연·김부겸 모두 나서 달라고 설득해도 모자랄 판에 인격적 공격을 해선 안 된다"며 "갈라치고 비아냥대며 왜 애써 좁은 길을 가려는 것인지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지난 대선 때도 빨간불이 깜빡이는데 앞만 보고 갔다"며 "이재명 대선 후보 캠프에서 '필요 없다'고 해 지원 유세에 나서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친명계에선 문재인 정부 각종 실정이 대선 패배 이유라며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이낙연 전 총리는 "민주당이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정리하지 않은 채 대선에 임하면 지금과 같은 혼란이 진영만 바꿔 이어질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으며,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도 "당에 다양성이 구현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비명계인 박용진 전 의원도 SNS에서 "지금 민주당이 친문(친문재인) 인사들과 친명계로 나눠 싸울 때인가"라면서도 "수위가 매우 낮은 당내 이견 표출에도 발끈해 독한 말을 내뱉고 조롱하는 대응으로는 이재명의 대선 승리는 불가능하다"며 친명계를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이런 대응으로 선거 시작도 전에 수십만 표를 잃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친명계 좌장 격인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내란과 계엄을 정당화시키고 반대하는 세력이 결집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당도 거기에 (대응을) 우선 집중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면서 맞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이처럼 비명계의 목소리가 이어지자 이 대표는 11일 "다양성이 본질이자 생명"이라면서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이 대표는 이날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비명계의 비판에 대해 "당연히 불만이 있을 것이고, 당연히 말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지난 대선에서 패한 데 제일 큰 책임은 제게 있다"며 "저의 부족함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쳤다"며 임 전 실장의 비판을 사실상 수용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또 이 대표는 "이번 대선은 누가 이기느냐는 다음 문제이고, 이기냐 지냐가 제일 중요하다"며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보수 아닌 보수집단이 재집권한다면 카오스"라며 자신보다 민주당의 승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비명계는 특히 '개헌'을 주요 의제로 부각하면서 이 대표와 각을 세우고 있다. 김부겸 전 총리나 김두관 전 의원 등은 '개헌'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개헌에 소극적인 이 대표와 차별성을 부각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여권은 이미 광역단체장이나 김문수 장관 등이 경쟁할 것으로 보이는데 야권은 일찍이 '이재명 일극체제'로 재편된 상황이다. 때문에 야권 잠룡들이 존재감을 부각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정재훈
서울본부 선임기자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