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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빵케팅과 로코노미

2025-02-24

[월요칼럼] 빵케팅과 로코노미
김수영 논설위원

한적한 게 좋아서 몇 년 전 주택으로 이사를 했는데 지난해부터 동네가 사람들로 점점 붐비기 시작했다. 큰 도로에서 꽤 떨어진 골목 안쪽 집이라 상가가 들어오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는데 집 인근에 베이커리카페가 생기면서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주말은 물론 평일인데도 카페 앞 주차장은 차들로 가득했고 주차장으로 들어가려는 차들로 골목은 번잡해졌다. 작은 동네 베이커리카페인데도 이른바 '빵지순례(빵+성지순례)'를 즐기는 이들로 골목의 평온함이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이들을 탓할 순 없다. 나 역시 쉬는 날이면 대구경북지역 맛있는 빵집을 찾아다니기 때문이다. 유명 빵집의 오픈런은 흔한 풍경이다.

맛있는 빵을 맛볼 수 있다면 먼 지역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이들이 늘면서 이른바 '빵지 순례' '빵케팅(빵+마케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경쟁력 있는 동네 빵집들이 주목받고 있다. 전국 유명 빵집을 돌아다니는 여행인 빵지 순례는 젊은 층에서 시작됐으나 최근 빵 맛은 물론 소비자들의 입맛도 점점 고급화되면서 다양한 연령대로 확산하고 있다.

빵케팅은 빵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지역 공공기관들이 지역 빵집과 함께 빵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것이다. 대전 성심당이 대표적 사례다. 한국조폐공사는 올해 성심당과 함께 광복 80주년 기념 '광복빵'을 선보였다. 전국적 명성의 성심당 빵에 재치가 묻어나는 이름까지 붙여 큰 관심을 끌어냈다.

경쟁력 있는 빵집이 지역 관광과 경제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이미 대전 성심당, 군산 이성당 등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동네 빵집이 핫한 관광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빵지 순례자들을 잡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경북도는 경북문화관광공사와 함께 도내 노포 빵집을 중심으로 한 특별한 투어를 내놨다. 각 지역에서 20년 이상 자리를 지켜온 곳을 돌아보는 것으로, 영덕 '마법의 빵', 울릉 '우산제과', 의성 '뉴욕베이커리', 칠곡 '박기환베이커리', 경주 '랑콩뜨레' 5곳이다. 이들 빵집은 단순히 빵을 파는 것을 넘어 세월의 이야기를 품고 있어 더 애정이 간다. 경북지역 지자체들도 지역 대표 농산물, 마스코트 등을 활용한 빵을 선보이고 있다. 성주는 참외를 활용한 '꿀참외빵', 구미는 대표 마스코트 거북을 형상화한 '베이쿠미'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대구시는 2021년 지역 빵집의 역사와 함께 유명 빵집을 소개한 책자 '빵은 대구'를 펴냈다.

빵지 순례는 빵집을 중심으로 '로코노미(Loconomy)'를 구축하는 기회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지역(Local)'과 '경제(Economy)'의 합성어인 로코노미는 지방의 작은 상권을 중심으로 경제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 지역에서만 알려진, 숨어 있는 장인 빵집들을 중심으로 해 지역 관광과 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지역에도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빵집이 많다. 이를 어떻게 관광 상품화하느냐가 중요하다. '대전=성심당'이라는 사례가 좋은 답이 될 것이다. 대전이 '성심광역시'라는 별칭을 가질 정도로 성심당이 대전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다. 지역 빵집의 경쟁력을 키우고 이를 제대로 알림으로써 지역 경제까지 살릴 수 있는 대구형 성심당을 기대해 본다.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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