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특혜 채용을 위해 서류 조작하는 방법 인수인계까지
감사원 감사에서 선관위 인사 담당자가 작성한 문서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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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
'아빠 찬스'를 통한 자녀 특혜 채용이 조직 내 '전통'으로 알려지면서 공분을 사고 있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엔 인사부서 직원들이 특혜 채용을 위해 관련 서류를 조작하는 방법을 문서로 작성해 후임자에게 인수인계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남선관위 인사 담당자는 2022년 2월 '서류전형+면접 팁.txt'라는 채용 실무를 다룬 파일을 작성했다. 해당 파일에는 채용 심사 업무와 관련해 '편법으로 (심사위원들의) 서명 부분만 미리 받음' '조정이 필요한 경우 A과장, B과장 평정표 수정' 등의 내용이 담겼다.
실제로 전남선관위는 박찬진 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이 사무차장이던 2022년 3월 그의 딸을 경력직으로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전남선관위는 해당 파일 내용처럼 면접 시 외부위원들에게 평정표를 비워 두고 순위만 정해 다른 곳에 연필로 적도록 했다. 이후 인사담당자가 평정표에 직접 순위를 적었다. 당시 채용에서 박 전 총장의 딸을 포함한 6명이 합격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당시 전남선관위 인사 부서 상급자는 이 파일 작성자로 하여금 후임에게 해당 파일을 폐기하고 '편법' 등의 표현을 삭제하라고 지시했고 "(문서를) 수정했으니 공범"이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사원 측은 "인사 업무의 '팁'이라며 편법과 부당한 행위들을 적어 두고 전임자가 후임자에게 인수인계했다"며 "이렇게 직원들이 인사 팁을 서로 공유하며 자녀 및 친인척 등의 특혜 채용을 관례화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달 27일 2013년부터 2023년 4월까지 중앙선관위 및 시도선관위가 실시한 291차례의 경력직 채용에서 모두 878건의 규정 및 절차 위반을 확인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여기엔 채용공고를 내지 않고 서류·면접 심사 위원을 내부 사람으로만 구성하거나 채용 청탁과 증거 은폐 시도가 적발됐다. 감사원은 자녀 채용에 관여한 김세환 전 사무총장, 송봉섭 전 사무차장 등 전현직 선관위 직원 32명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했다.
또 선관위는 인사 및 복무 관리 전반에 걸쳐서도 법을 뛰어넘는 방만한 운영이 대거 확인됐다. 선관위 1급 직위는 21개로 정원 대비 0.71%를 차지한다. 전체 중앙행정기관(0.03%)에 비해 24배나 많다. 선거가 있는 해에 직원들이 대거 휴직하기도 했다. 대선과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2022년 3월 말 당시 선관위 휴직자는 209명(7.1%)에 달했다.
서정혁기자 seo1900@yeongnam.com

서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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