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30만명 넘었던 자영업자 수, 코로나19 이후 급감
“하루하루 버티기도 버겁다”…상권 침체에 한숨 깊어져

대구 중구 동성로 로데오거리 상가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 영남일보 DB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대구지역 자영업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전국에서 자영업 비중이 가장 높은 지역인 만큼 내수 부진의 충격이 더욱 크다는 분석이다.
1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대구의 자영업자 수는 25만명으로, 1년 전(25만8천명)보다 8천명 줄었다. 코로나19가 정점이던 2021년 평균(25만1천명)과 비교해도 1천명 줄어든 수치다.
대구의 자영업자는 1990년대까지 20만명대를 유지하다 2000년 30만명(30만5천명)을 넘긴 뒤 꾸준히 30만명선을 지켜왔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9만3천명으로 내려앉은 뒤 다시 30만명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잠시 회복세를 보이기도 했다. 경기가 살아났던 2017년(29만6천명), 2018년(28만5천명), 2019년(28만2천명)에는 반등을 시도했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자영업자 수는 다시 급격히 줄었고, 최근에는 25만명선마저 위태로워졌다.
전국 자영업자 수 감소세도 뚜렷하다. 지난 1월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으로,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590만명), 1998년(561만명),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74만명)보다 적다.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 수는 550만명대까지 줄어든 뒤 회복세를 보이며 지난해 11월 570만명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다시 급감하며 550만명으로 내려앉았다.
현장 상황은 더 심각하다. 매출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았고, 미래를 예측조차 할 수 없는 불확실성에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북구 동천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코로나만 버티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막막하다"며 “최근 옆집 가게마저 폐업해 임대 안내문이 붙었다. 나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시장 상황도 다르지 않다. 북구 매천시장에서 20년 가까이 수산물 도매상을 한 김모(62)씨는 “한때 직원이 20명이 넘었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된다"며 “물건이 나가는 걸 보면 대구 경기 흐름이 보이는데, 요즘은 물량이 너무 줄었다. 거래처 사장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정이 더 심각하다"고 전했다.
자영업자들의 부담은 곳곳에서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최근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자영업자들은 원자재·재료비(22.2%), 인건비(21.2%), 임차료(18.7%), 대출 상환 원리금(14.2%) 순으로 부담이 크다고 답했다.
또 응답자의 72%가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었다고 밝혔다. 올해 역시 순이익(62.2%)과 매출(61.2%)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자영업자가 더 많았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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