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2056명-1698대 인력·장비 동원했지만 불기운에 압도 당해
켜켜이 쌓인 낙엽 ‘방수포’ 역할…발화지점에 숨은 잔불 감싸

경북 의성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지 나흘째인 25일 오전 비안면 산제리 인근 야산에 산림청 산불진화 헬기가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경북 의성군에서 발생한 산불이 인접한 시·군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확산할 조짐이다.
지난 22일 오전 11시 25분 안평면 괴산리 한 야산에서 발화한 산불의 대응 수위가 3단계로 높아지면서, 25일 현재(오전 10시)까지 산림·소방·경찰·군과 행정기관 민간단체 등에서 동원된 인원만 1만2천56명이다.
게다가 산불 진화용 헬기 236대를 필두로 소방(1천211대)과 지휘(187대) 및 기타(64) 용도로 운영 중인 장비만 모두 1천698대에 이른다. 이처럼 막대한 인력과 장비가 동원됐음에도 불구하고, 산불이 갈수록 확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의성군 관계자에 따르면 22일 산불 발생 신고가 접수된 지 5분 만에 진화용 헬기가 현장으로 이륙(예열에서 이륙까지 평균 10분 정도 소요)했다. 이어 의성군산불진화대가 발화 지점에 도착했지만, 이미 불길은 눈앞에 보이는 산등성이를 넘어 걷잡을 수 없는 상태였다.
강한 서풍을 등에 업은 불길이 켜켜이 쌓인 낙엽과 솔방울 등을 연료로 삼아 눈 깜빡할 사이에 사방으로 번졌기 때문이다. 당시 현장에 도착한 관계자에 따르면, 강한 바람을 등에 업은 산불의 위용에 압도당했다고 한다. 이후 상황은 더 절망적이었다. 봄철 높아진 기온과 강한 바람은 산불 진화에 동원된 관계자들의 노력을 가볍게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기상청 등에 따르면 봄철에는 남쪽 고기압과 북쪽 저기압의 영향으로 서풍이 백두대간을 넘어가면서 기온을 높고 대기는 건조해진다. 따라서 최근 며칠 사이 크게 높아진 낮 기운과 건조한 상태에서 부는 강한 바람 등 봄철 기후의 특성들이 대형 산불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봐도무방한 셈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산림 전문가들 역시 국내에서 발생한 역대 대형 산불이 발생한 시기가 대부분 봄철에 집중된 것을 예로 들고 있다..
이와 함께 바짝 마른 채 오랜 시간 동안 켜켜이 쌓인 낙엽도 산불 확산에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헬기에서 떨어진 물이 발화 지점 바닥까지 스며들지 못하도록 방수포 구실을 하면서, 낙엽 아래 숨어있는 불씨 진화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의성 산불 진화에 동원된 인력을 지휘·관리하는 지원관으로 활동하고 있는 전 의성군청 산림과장 김한기 씨(64)는 “산불 경계 안으로 들어가 구석구석을 누비며 활동하는 특수진화대의 역할은 정말 중요하다"면서 “이들이 갈퀴로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낙엽과 솔방울, 나뭇가지 등을 걷어내 방화선을 만드는 한편, 숨어 있는 속불을 찾아내 일일이 물을 뿌리는 진화작업을 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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