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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불면의 영덕]해안까지 덮친 화마…어선·공장·주택 순식간에 잿더미

2025-03-26

검은 연기 뒤덮은 마을, 25일 자정 쯤 영덕읍 주변 산아래 거센 불길 일어

경북 의성 산불이 바람을 타고 영덕으로 번지며 하루 만에 주민 8명이 숨지고 4천300여명이 대피했다. 영덕군은 26일 오후 6시 기준 전체 면적의 27%에 해당하는 2만ha가 불에 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의성을 시작으로 안동과 청송군을 덮친 산불은 지난 25일 오후 6시부터 영덕군을 휘감았다. 당시 바람은 서풍으로 초속 11m/s ~ 최고 25m/s의 강풍 경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산불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지품면 전 지역을 거쳐 영덕읍까지 번졌고, 밤 11시를 지나면서 시가지 주민들까지 대피할 만큼 불길은 거세게 몰아쳤다. 강풍은 이튿날 새벽 2시가 지나면서 잦아들었었지만 해가 뜨면서 처참한 모습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산불은 청송군 진보면 신촌리와 접한 영덕군 지품면 황장재로 넘어온 것을 CCTV로 확인되면서 지품면 옥류리 주민들에게 가장 먼저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후 30분도 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지품리와 기사리, 도계리 등에도 주민대피령이 내려질 만큼 산불의 기세는 대단했다. 주민들은 “불티가 바람을 타고 날면서 산에서 산으로 불이 옮겨 갔다"라고 말했다.

[르포-불면의 영덕]해안까지 덮친 화마…어선·공장·주택 순식간에 잿더미

25일 오후 8시쯤 갑자기 불어닥친 산불로 지품초등학교 앞 주택이 완전히 불에 탔다. 피해가 큰 지품면은 전체 24개 리 마을 중 23개 마을에서 산불피해가 발생했다.

변전소 역시 화마로 멈춰서며 25일 오후 9시 6분 영덕 전 지역 전기가 끊겼다가 다음날인 26일 새벽 2시 관공서 위주로 복구됐다. 영덕 전 지역 통신도 25일 오후 10시 20분쯤 두절됐지만 전기가 복구된 26일 새벽 2시 함께 복구됐다. 개인 주택은 900채 넘게 전소했다. 가장 피해가 큰 지품면은 이번 산불로 24개 리 마을 부락 중 원전리, 수암리, 오천2리 등 23개 리가 피해를 입었다. 면사무소가 있는 신안리는 139가구 중 36곳의 주택과 창고 등이 완전히 불탔다.

화마가 지나간 자리는 검게 그을린 나무와 무너진 지붕, 타버린 가전제품들이 뒤엉켜 있었다. 신안리 김광현 이장은 “불과 1시간 만에 집이 완전히 탈 만큼 엄청났다. 피해주택의 대부분이 무너졌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강풍을 등에 업은 산불은 영덕읍까지 밀고 내려와 주택가는 물론 시가지 외곽 대부분을 덮칠 만큼 큰 피해를 키웠다. 영덕읍은 옛 7번 국도를 따라 자리 잡은 상가와 주택, 사찰, 공장 등이 가장 큰 피해를 당했다.

[르포-불면의 영덕]해안까지 덮친 화마…어선·공장·주택 순식간에 잿더미

세워진 지 65년이 넘는 서남사는 이번 산불에 법당과 건물 3채 등이 불에 타는 데 채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세워진 지 65년이 넘는 서남사도 산불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법당과 건물 3채 등이 불에 타는 데 1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갑자기 들이닥친 불에 겨우 몸만 피신했던 현담 주지 스님은 “정말 아무것도 챙기지 못할 정도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라고 허탈해 했다.

비교적 큰 규모의 인근 자동차 정비공장과 자동차 부품 전문 업체는 20~30억 원에 달하는 산불 피해를 당한것으로 알려졌다. 공장에는 보관하거나 수리 중이던 차량 20여 대와 2동의 공장 전체가 모두 불에 탔고 새로 짓고 있던 공장 외벽도 일부 파손됐다. 자동차 부품 창고의 경우 약 수만 개의 부품이 건물 전체와 함께 전소돼 완전히 무너졌다. 자정에 가까운 시간대에 강풍을 타고 온 이번 산불은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큰 피해를 낳았다. 이날 자정 무렵 산불이 변전소를 덮쳐 영덕읍 전체가 6시간 정도 정전돼 주민들의 불안감을 더 키웠다.

특히 중장비 정비소를 운영하는 30대 청년 대표 A씨의 사연은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영덕이 고향인 A씨는 몸이 불편한 부친을 대신해 대학 졸업 후 중장비 차량을 전문으로 정비하는 정비소를 혼자 운영해 오던 중 이번 산불로 모든 것을 잃게 됐다. 정비소에는 보관 중이던 대형 타이어와 장비, 건물 등 수억원에 달하는 물품들이 모두 불에 타버렸다.

[르포-불면의 영덕]해안까지 덮친 화마…어선·공장·주택 순식간에 잿더미

몸이 불편한 부친을 대신해 혼자 중장비 차량을 전문으로 정비하는 정비소를 운영해 오던 30대 청년이 이번 산불로 그가 가진 모든 것을 잃게 됐다.

몸이 불편한 A씨의 부친은 “갑작스럽게 옮겨붙은 불이기에 손쓸 틈이 없었다. 산불이라 달리 방법이 없지 않느냐"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번 산불로 잠시 대피했던 정 모 씨(56, 영덕읍)는 “집 가까이 있는 시뻘건 산불을 보면서 솔직히 겁이 많이 났다. 한밤중 갑자기 불어닥친 산불 때문에 한잠도 못 잤다"라고 불안감을 호소했다.

인명피해도 컸다. 영덕군에 따르면 산불로 인한 사망자는 26일 오후 5시 기준 8명으로 집계됐다. 전날 오후 9시쯤 장애인과 아동시설에 대한 대피 명령을 받고 대피하던 영덕읍 매정리 요양 시설 어르신 3명이 숨졌다. 몸이 불편한 어르신 20여 명을 차량으로 각각 피신시키던 중 거센 불길에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했다. 매정리 주민 2명도 미쳐 산불을 피하지 못하고 축사 등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대곡리에서도 소사자 1명과 매몰자 1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석리에서는 매몰로 1명이 숨졌다.

[르포-불면의 영덕]해안까지 덮친 화마…어선·공장·주택 순식간에 잿더미

영덕 화성자동차 공장에 보관하거나 수리중이던 차량 20여 대와 2동의 공장 전체가 모두 불에 타 쓸모없게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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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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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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