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글로컬대학·RISE사업
인구소멸지역과 대학 ‘공존’
10개 대학 경산시 비용 ‘부담’
경산동물치유센터 일방 취소
지역과 상생 외면 유감스러워
박성우 동부지역본부 차장
경북 경산은 대학도시다. 사이버대 3개를 포함해 13개 사립대학이 밀집해 있다. 기자가 대학을 다녔던 수십 년 전만 해도 이들 대학마다 학생들로 넘쳐났다. 대학교 주변 상권도 불야성을 이뤘다. 당시에는 대학이 지역을 먹여 살리는 역할을 했다. 경산이 대학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지방인구와 학령인구가 급감하면서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대학 상권은 크게 위축되고 넘쳐나는 빈 원룸 건물들로 대학가 주변마저 황폐화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의 지방대학을 살리기 위해 현 정부에서 추진 중인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와 'RISE'(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 사업은 인구 소멸 위기의 지역과 생존 위기의 대학이 공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산시도 2024년 1월 초 조직개편을 통해 최초로 '대학팀'을 신설하고, 지역 대학과의 협력·지원을 통한 상생 전략 수립에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글로컬대학이나 라이즈사업은 대학지원의 주체가 교육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즉 지방자치단체의 대학 지원 책임과 비용 부담이 커지는 구조라는 뜻이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변화는 경산시를 난감하게 할 수밖에 없다. 1~2개 대학도 아니고 10개 대학이 밀집한 경산시 입장에선 재정 부담과 정책적 고민이 커질 수 있다.
지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위해 올해부터 시작된 라이즈사업은 5년간 200억~500억원 규모의 사업비를 지원한다. 지역 대학도 대학별로 4~6개 사업 총 38개 사업이 최종 선정됐다. 이중 5개 대학의 14개 사업은 경산시가 시비로 부담해야 한다. 2029년까지 4년간 총 33억6천만원 규모다.
또 2023년부터 도입되어 교육부가 5년간 1천억 원을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30' 사업과 관련해, 2024년 2차에 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된 대구한의대(K-MEDI사업)에도 향후 10년간 1천억 원을 시비로 지원해야 한다.
대학 입장에서는 생존의 사활이 걸린 이 사업의 마지막 막차를 타기 위해 올해 지역 3~4개대학이 도전장을 내밀 준비를 하고 있다. 향후 추가 사업 선정 여부에 따라 경산시의 부담 비용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지역과 대학을 따로 놓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경산 시민들에게 써야 할 소중한 예산이 이들 대학을 살리기 위해 사용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해 경산시도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대구한의대와 지난해 말 장학금 지원 및 기부, 대학 시설 및 부지 제공, 대학 시설 이용료 감면, 프로그램 또는 강좌 개설, 화장품 특화단지 활성화 등 지역과 대학 간 실질적인 상생협력을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발생한 지역 한 대학이 경산시 동물복지 치유센터 건립사업을 일방적으로 취소한 일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해당 대학은 동물 관련 시설 조성에 따른 학습권 침해 우려와 유기견으로 인한 안전사고 위험 등을 취소 사유로 제시했다. 재단 측의 강한 반대가 배경이라는 의혹에 대해 재단 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단지 한 사례에 불과할 수 있지만, 지역과의 상생을 외면하는 대학에 시민 예산을 지원하는 데 대해 비판적 시각이 나올 수 있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지자체는 지역 대학들의 상생 의지와 역할을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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