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군 점곡면 운암리 마을
의료진 20명 찾아 무료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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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군 점곡면 이재민들이 성소병원에서 준비한 영양수액을 맞고 있다. <안동성소병원 제공> |
스물하나에 운암 1리로 시집와 70년을 살아온 김갑녀(89) 어르신. 눈앞까지 다가온 불길로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마을사람들에 의해 몸만 빠져나와 점곡체육관에서 3일, 초등학교에서 하루를 보내고 4일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김 어르신의 몸과 마음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
이때부터 김 어르신은 화병이 생겼다고 한다. 몇날 며칠을 누워만 있었다. 음식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가슴이 울렁거리고 심장병도 도진 것 같던 느낌은 임종우 안동성소병원 의료봉사단 정신건강의학과 과장에게 진료를 받고서야 경우 가라앉았다. 약 처방과 영양제 수액을 맞고 비타민 한 통도 받았다. 이후 숨도 못 쉴 것 같던 답답함은 조금씩 사라졌다.
운암 1리 이운희(63) 이장은 경북 산불 당시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난간 뒤 홀로 남아 소방대원들과 마을을 지켰다. 이 이장은 지난 16일 마을 경로당에서 안동성소병원 의료진 20여 명의 무료 진료에 눈물이 났다. 대부분 80대인 마을 어르신들이 경북 산불로 인해 정신적 충격과 그로 인한 육체적 무력감에 힘들어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의료진을 향해 "나는 괜찮으니 어르신부터 진료를 봐달라"며 마지막까지 자신의 진료를 거부했다.
안동성소병원은 이날 내과와 외과, 재활의학과, 신경정신과 진료과장 등 5명의 전문의와 간호사, 임상심리상담가 등 20여 명의 의료진이 의성군 점곡면 운암리와 사촌리 두 마을 70여 명을 무료로 진료했다.
김종흥 병원장은 "막상 화재현장을 둘러보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안동성소병원 의료진과 직원들은 앞으로도 더 많은 산불피해 주민들을 위해 아낌 없는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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