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50418010001762

영남일보TV

"대학병원 무료 치료 3년째 대기…비싼 사설병원 찾을 수밖에"

2025-04-18

어린이집 등·하원때 필수 차량

나드리콜 예약 '하늘의 별따기'

맛집 등 방문 이용엔 아쉬움도

대학병원 무료 치료 3년째 대기…비싼 사설병원 찾을 수밖에
17일 오전 뇌병변장애를 앓는 지호의 어린이집 등원을 위한 나드리콜 예약에 실패하자 어머니 서수경씨가 아이를 안고 이웃의 차량을 빌려타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지호네의 일상을 깊이 들여다보면 더 안타깝다. '강직성 사지마비 장애'가 있는 지호는 타인의 도움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다. 지호를 돌보기 위해 생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장애아동을 키우면 약값, 치료비 등 돈이 많이 드는데 아이 곁을 떠날 수가 없어요. 일은 꿈도 못 꿔요." 서씨의 나지막한 목소리에서 감당할 수 없는 떨림이 느껴진다.

지호네 가구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등록돼 있다. 생계급여와 각종 수당,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등의 지원을 합쳐 손에 쥐는 금액은 월 120만원. 가장 큰 부담은 역시 치료비다. 강직성 사지마비는 꾸준한 물리치료가 필수여서 근육을 계속 주물러 주지 않으면 근육이 더 빨리 굳는다. 물리치료비로 서씨가 내는 돈은 한 달에 46만원. 한 달 생활비의 약 40%를 차지한다.

대학병원에선 거의 무료로 치료받을 수 있지만 사설 병원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대학병원에 대기 예약자가 넘쳐나서다. 서씨는 "대학병원 여러 곳에 대기를 걸어 둔 지 2~3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연락이 없다. 병원도, 인력도 제한적이다 보니 지호가 열 살이 되면서부턴 다른 기관에서 치료받을 것을 권유받았다"고 하소연했다.

나드리콜 등 이동 수단을 날마다 확보하는 일은 서씨와 지호를 더 지치게 한다. 어린이집 등·하원과 물리치료 등 매일같이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선 이동 수단이 무조건 필요하다. 하지만 나드리콜 잡기는 '하늘의 별따기'. 몇년 전 겨울엔 밖에서 한 시간가량 나드리콜을 기다리며 벌벌 떨기도 했다. 결국 지호가 폐렴에 걸렸다. 서씨는 "나드리콜 기사분께 여쭤보니 정작 우리처럼 필수로 나드리콜이 필요한 이들보다 팔공산에 나들이 가거나, 목욕탕·맛집을 가기 위해 나드리콜을 타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여러모로 여건은 힘들지만 서씨는 굳건했다. 지호를 제대로 돌보려면 우선 자신이 건강해야 한다는 생각에 임신중독으로 급격히 늘었던 체중을 스스로 감량했다. 지호가 어린이집에 있는 동안 집에서 운동과 식단 조절만으로 무려 40㎏을 감량했다. 서씨는 "힘들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지호 앞에선 눈물조차 흘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며 "장애아동을 키우는 모든 부모에게 똑같이 물어보라. 모두 저처럼 얘기하며 희망의 끝을 이어갈 거다"라고 했다. 이어 "지호는 내 뱃속에서 열 달을 품어 낳은 '축복' 같은 아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두고 내가 먼저 눈을 감지 않는 게 자그마한 소망이다. 장애가 있는 아들을 영원히 품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했다. 서씨의 눈시울은 붉어져 있었다.
조윤화기자 truehwa@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조윤화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관련기사

정치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