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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칼럼] 비상계엄 그리고 예술의 힘

2025-04-21
[월요칼럼] 비상계엄 그리고 예술의 힘
김수영 논설위원
2년 전 한 후배의 추천으로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 김장하'를 봤다. 그 후배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감동해 울었다"며 강추했다. 반신반의하며 봤는데 안보면 후회할 뻔했다. 영화를 보고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단순한 감동을 넘어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줬다. MBC경남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이 작품은 2023년 영화로도 개봉돼 입소문을 타고 많은 이의 눈시울을 적시게 했다. 김장하는 기업인이자 교육인, 시민활동가였다. 경남 사천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중학교만 졸업한 후 한 한약방에서 점원으로 일했다. 학업에 대한 미련이 커서 낮엔 일하고 밤엔 공부를 해 한약업사 자격을 얻고 한약방을 개업했다. 그 후 남성당한약방을 50년간 운영하면서 번 돈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100억원이 넘는 사재로 설립한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채납한 일이 대표적이다.

20대 젊은 시절부터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위해 남몰래 장학금을 줬다. 장학금을 받은 이가 1천명도 넘는다. 그중 최근 주목받은 이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탄핵을 선고한 문형배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이다. 탄핵 선고 후 그의 인사청문회 영상이 온라인에 화제가 됐다. 2019년 헌법재판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 문 권한대행은 김장하 선생이 준 장학금으로 고등 및 대학의 학업을 마칠 수 있었고 사법시험 합격 후 찾아갔더니 "사회에 갚아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장하 선생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도 새삼 주목받았다. 영화관에서 재개봉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넷플릭스 등 OTT에서도 역주행했다.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장황하게 한 것은 김장하에 대한 삶의 울림도 전하고 싶지만 영화애호가로서 한국영화가 12·3 비상계엄사태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리고 싶어서다. 앞서 계엄사태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한 영화가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렸다. 2023년 개봉돼 1천300만 관람객을 모은 '서울의 봄'이다. 이 영화는 1979년 전두환·노태우를 중심으로 한 신군부의 12·12 군사쿠데타를 다룬 작품이다. 계엄사태 후 한 시민은 소셜미디어에 "대한민국 영화계에 깊이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서울의 봄' 1천만 관객이 없었다면 비상계엄 선포가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이해하고 즉각 행동에 나섰을 젊은 세대는 없었을 거라 감히 말씀드린다"는 글을 남겼다. 국민 천만 이상이 본 영화이었기에 비상계엄의 위험성을 알 수 있었고 시민들이 계엄사태를 저지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계엄사태부터 탄핵선고까지 한국영화는 국민에게 큰 영향을 줬다. 영화의 힘, 나아가 예술이 가진 강력한 힘과 가치에 놀라움을 갖게 한다.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과 미술사가 존 암스트롱은 공동저서 '영혼의 미술관'에서 7가지 예술의 기능을 강조했다. △기억 △희망 △슬픔 △균형의식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의 기능이다. 여기서 특히 중요한 것은 중요한 사실마저 잊어버리는 인간의 기억을 예술(그림·사진 등)을 통해 되살려내고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을 갖게 한다. 슬픔을 견디게 한다. 예술을 통해 우리를 성장시킨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도록 능력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두 영화를 통해 예술의 힘을 다시 확인한다. 우리가 예술을 사랑할 수밖에 없고, 가까이 해야 하는 이유다.

김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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