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일보는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구지역본부와 함께 희귀난치성질환을 앓고 있지만, 경제적 이유로 치료받지 못했떤 환아 가정을 매월 소개했다. '어린이에게 희망을'이란 타이틀로 진행한 캠페인이다. 올해도 초록우산과의 동행은 이어진다. 특히 올해는 보육·학습·의료·주거 등 기본적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취약계층 아동들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을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2025 어린이에게 희망을] 1.유전성 망막디스트로피 앓는 7세 재민이](https://www.yeongnam.com/mnt/file_m/202504/news-p.v1.20250403.ca7076d525194887aca1163408f34ad8_P1.jpg)
대구 남구의 한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재민이(가명·7)는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감각을 더듬어 정성껏 종이접기를 하고 있다.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이건 드래곤이에요! 얼굴이 세 개나 있어요."
색종이를 코앞에 들이대고 한 장, 한 장 접어 만든 재민이(가명·7)의 작품엔 그만의 세계가 담겨 있다. 공룡을 좋아하고, 미니특공대를 꿈꾸는 아이. 언젠가 세상을 구하는 멋진 영웅이 되고 싶다는 재민이. 흐릿한 세상 속에서도 또렷하게 꿈을 지켜가고 있다.
◆점점 흐려지는 시야… 희귀병과의 싸움
재민이는 '유전성 망막디스트로피'를 앓고 있다. 빛과 색을 감지하는 세포가 점차 기능을 잃어 시력이 서서히 저하되고, 결국 실명에 이를 수 있는 희귀질환이다.
처음엔 사시가 의심돼 병원을 찾았지만, 이후 안구진탕과 망막세포 이상이 발견됐다. 지금은 흐릿한 시야 탓에 혼자 계단을 내려가는 것조차 어렵다. 손을 꼭 잡아도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멈춰 서는 날이 많아졌다. 재민이는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6개월마다 정밀 추적검사를 받는다. 아직 치료제는 없다. 다행히 동물실험이 끝난 한 치료제 임상시험 1순위 후보로 등록돼 있다. 언젠가 나올 신약을 손꼽아 기다리며 버티고 있다.
그간 교통비와 체류비라는 현실적 장벽이 재민이를 힘겹게 했다. 희귀난치질환 산정특례 혜택을 받아 의료비 부담은 줄었다. 하지만 보통 1박2일 일정의 추적검사 여정은 아무래도 금전적 부담이 있다.
◆가정 대신 복지시설에서 자라
재민이는 생후 6개월만에 아동복지시설에 입소했다. 친모는 출산 직후 연락이 두절됐다. 친부는 병원 검사 과정에서야 처음 아들을 만났다.
유전자 검사 결과, 부모 모두 재민이가 앓는 희귀병 유전자를 절반씩 갖고 있었다. 부모 중 한명에게만 그 유전자를 받았어도 자식에 이 희귀병은 발현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민이는 부모에게서 모두 유전자를 받는 바람에 안타깝게 희귀병을 앓게 됐다.
재민이는 ADHD, 지적장애 진단도 받았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데다 심리적 스트레스가 쌓이면서 쉽게 다툼이 발생해서다. 복지시설 선생님들은 “재민이는 본래 밝고 활발한 아이였다. 그런데 감각이 예민하고, 자극에 민감해서인지 때론 폭발적으로 반응하기도 한다"고 했다.
◆작은 기적이 되는 일상들
교우 관계가 어려워진 재민이의 하루는 색종이, 블록으로 채워진다. 잘 보이진 않지만, 색감이 강한 색종이는 늘 특별한 자극을 준다. 코에 닿을 듯 가까이 색종이를 들여다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종이접기 설명서는 필요하지 않다. 최근 태권도 학원에 가기 시작했다. 도장에서 뛰고 구르는 시간이 또 다른 해방감을 주는 모양이다. 재민이는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태권도 학원에 가면 재밌어요. 줄넘기도 해요!"라고.
재민이는 올해 시각장애 특수학교 1학년에 입학했다. 확대 독서기를 통해 수업을 듣는다. 아직 한글을 완전히 익히지 못해 점자 학습은 시작하지 못했다.
복지시설 선생님들은 “교육이나 치료는 단기간에 성과가 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지속적인 관심, 후원이 절실하다. 눈앞 세상이 조금 흐리더라도, 아이의 꿈만큼은 선명하게 지켜주고 싶싶다"고 했다.
▶ 후원금 모금계좌 : 기업은행 035-100411-01-431 초록우산어린이재단
▶ 후원문의(기부금영수증 발행 등) : 초록우산 대구지역본부 053-756-9799

최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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