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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기 (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 기술처장) |
지난 5년간 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의 관리 노선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 88명 중 70%에 해당하는 62명이 졸음 및 주시 태만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졸음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브레이크 작동이 늦거나 제대로 제동하지 못하여 탑승자의 충격이 더욱 커지며, 이는 일반적인 교통사고보다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졸음운전을 사전에 예방하고, 안전운행을 실천할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졸음운전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충분한 휴식이다. 고속도로에는 운전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운전자들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만약 운행 중 졸음이 온다면 억지로 버티기보다는 졸음쉼터나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사고를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아울러, 관내 칠곡휴게소 등에 설치된 15개 화물차 라운지에서는 샤워와 취침도 가능하므로 장거리 이동하는 화물차 운전자는 이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한편, 반(半) 자율주행장치(ACC), 일명 크루즈라 불리는 기능을 사용하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전방 주시태만으로 인한 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ACC 관련 전국 고속도로 사망자 수는 2023년 2명에서 2024년 11명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야간이나 악천후(눈·비·안개) 시 또는 앞차가 갑자기 멈추거나 현저히 느리게 주행하는 상황에서는 ACC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운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ACC는 어디까지나 운전 보조 시스템일 뿐 완전한 자율주행 기능이 아니므로 방심해서는 안 된다. 운전자는 항상 전방을 주시하며 경각심을 갖고 돌발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또한, 고장이나 사고로 멈춰 선 차량을 뒤따르던 차량이 추돌하여 발생하는 '2차 사고'는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2차 사고의 치사율은 일반사고에 비하여 6배 이상 높을 정도로 그 위험성이 크다. 하지만 고속도로 운전자들은 주행 시 차량들이 모두 이동 중이라고 인식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인식은 2차 사고 발생확률을 키운다. 이에 한국도로공사는 2차 사고 예방 행동 요령을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만약 사고나 고장이 났을 때는 당황하지 말고 '비트밖스'만 기억하고 실천하면 된다.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고, 밖으로 대피 후, 스마트폰으로 신고하라는 2차사고 예방행동 요령의 앞 글자를 딴 것이다. 여기서 '밖'의 의미는 가드레일 밖 등 안전한 장소를 의미한다.
끝으로, 운전자는 항상 안전띠를 착용하고, 규정속도를 준수하며,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100m 이상 확보하는 등 안전운행의 기본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교통사고 예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운전자의 안전의식이기 때문이다. 사고는 예기치 않는 순간에 찾아올 수 있다. 그러나 평소 안전운행과 방어운전에 습관을 길들이면 사고확률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충분한 휴식과 안전운행 습관이 나와 내 가족 그리고 타인의 생명을 보호해 준다는 점을 명심하자.
이종기 (한국도로공사 대구경북본부 기술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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