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수술 급증에도 정부 “중복지원 안돼”…형평성 논란
뇌혈관 전문병원 4곳, 의료현장 지켰지만 제도 밖으로 밀려나
“필수의료 최전선인데 예산은 0”…병원장들 정책 비판
정부 ‘1천억 지원’ 필수특화 사업서 제외…지원금 차이 수십배
“명찰만 전문병원”…지원 체계도, 제도 설계도 낙제점

의료 현장에서 고난도 수술에 나선 뇌혈관 전문병원 의료진들이 수술 준비 중 진지하게 의견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의정 갈등으로 상급병원의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에스포항병원 등 전국 4곳의 뇌혈관 전문병원이 뇌출혈·뇌경색 환자 수술을 떠맡으며 필수의료의 최전선을 지켰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병원을 '필수특화 기능 강화 사업' 대상에서 제외할 계획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영남일보 AI 제작>

2024년 뇌혈관 전문병원 4곳의 수술·시술 건수가 전년 대비 평균 36.8% 증가했다. 대구굿모닝병원이 43.8%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에스포항병원 제공>
지난 1년간 의정 갈등으로 상급종합병원과 대학병원에 의료공백이 발생하자, 전국 4곳의 뇌혈관 전문병원이 고난도 수술을 떠안으며 필수의료의 최전방을 지켜냈다. 실제 수술·시술 건수는 전년 대비 40% 이상 폭증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 병원들을 필수의료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선 “생명을 지킨 대가가 소외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특정 진료과목에 특화된 병원을 '전문병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뇌혈관 전문병원으로는 에스포항병원, 대구굿모닝병원, 명지성모병원, 청주효성병원 등 4곳이 운영 중이다.
이들 병원은 2023년 대비 2024년 뇌혈관 수술 건수가 평균 36.8% 증가했다. 지난해 4월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이후엔 증가율이 43.3%까지 치솟았다. △에스포항병원 688건→928건(34.9%) △대구굿모닝병원 682건→ 981건(43.8%) △명지성모병원은 552건→774건(40.2%) △청주효성병원은 453건→ 567건 (25.2%) 각각 늘었다.
그러나 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필수특화 기능 강화 사업'에서 이들 병원을 제외할 방침이다. 이미 '심뇌혈관질환 진료협력 네트워크 시범사업에 포함돼 있어 중복지원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이 네트워크 사업 지원금은 연간 약 10억9천만원, 병원당 많아야 수 억원 수준이다. 게다가 의료진 인건비로만 쓰이도록 제한돼 병원 운영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면 필수특화 기능 강화 사업은 연간 예산 1천억원이 편성됐다. 인프라 부족이 심각한 화상, 소아, 분만 분야 등을 지원 대상으로 정했다. 응급수술실, 장비, 인건비 등 전방위적 지원이 이뤄진다. 뇌혈관 전문병원들은 “생명을 살리고도 정작 지원에서 배제되는 건 역차별"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김문철 에스포항병원 대표 병원장은 “응급환자 골든타임을 지키기 위해 24시간 인력과 장비를 가동 중이지만, 이번 정부 계획엔 전문병원이 단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며 “중증환자 치료의 허리를 맡고 있는 병원이 제도 설계에서 밀려나는 건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전문병원들은 '포괄 2차 종합병원 육성 사업'에도 참여하기 어렵다. 정부는 350개 이상 수술·시술 항목을 갖춘 종합병원을 기준으로 제시했지만, 뇌혈관 특화 병원들은 구조상 이를 충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전문병원 제도 자체도 열악하다. 인지도는 낮고, 관리료·인센티브 등 정부 보상체계도 미비하다. 질 평가 지원금 역시 상급종합병원에 비해 턱없이 낮다. '전문병원' 명칭은 있지만, 제도는 명목뿐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이유다.
이들 병원은 매년 공동으로 '뇌혈관 전문병원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수술 성과와 치료지견을 공유하고 있다. 김 병원장은 “의료개혁 방향이 생명을 살린 병원에 칼날을 겨누는 쪽으로 가선 안 된다"며 “정말 필요한 곳에 자원이 배분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