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액 과다, 연골 손상…반복되는 무릎 붓기엔 정밀 진단 필요
‘뚝뚝’ 소리+통증 동반 땐 퇴행성 변화 가능성 높아
젊은 여성에게도 많은 류마티스, 조기 진단이 관건
통풍·감염성 관절염…갑작스러운 통증은 다른 질환일 수도
양반다리·쪼그려앉기, 연골 망치는 습관부터 고쳐야

무릎 통증 호소하는 남성
한 남성이 거실 소파에 앉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부여잡고 있다. 최근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젊은 층이 늘고 있다. 좌식 생활과 잘못된 자세, 체중 증가 등 생활습관 요인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절 질환은 더 이상 노년층만의 문제가 아니다.<영남일보 AI 제작>
“무릎이 붓고, 굽히면 뚝뚝 소리가 나요." 이제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60대 이상 노년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병원을 찾는 20~40대 환자들 중에서도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꾸준히 늘고 있다. 관절 질환은 더 이상 '노인의 질병'만이 아니다. 레저 스포츠의 대중화, 좌식 생활, 반복적인 나쁜 자세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체중 증가와 스트레스에 따른 면역 이상도 무릎 건강을 위협하는 요소다. 과거에는 나이 탓으로 여겨졌던 관절 통증이, 이제는 연령과 상관없이 모든 세대가 직면할 수 있는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퇴행성 관절염(골관절염) 진료 환자 수는 2019년 404만 2천159명에서 2023년 433만 2천516명으로 약 7.3%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40대 이하 연령대의 유병률 상승이다.
◆무릎 붓는다면 '관절주머니' 문제
무릎 통증의 초기 증상 중 가장 흔한 것은 '부기'다. 이는 관절 내부에 위치한 활액막이 염증 반응을 일으켜 관절액이 과다하게 분비되기 때문이다. 관절액은 마찰을 줄이고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는 윤활유 같은 역할을 한다. 반면 과하면 오히려 압력을 높여 통증을 유발한다. 주사로 관절액을 빼고, 며칠간 안정을 취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 회복된다. 그러나 붓기가 반복되거나 무릎을 움직일 때 통증이 계속된다면 연골이 손상되었거나, 연골 조각이 활액막을 지속적으로 자극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에는 관절내시경을 통해 문제를 직접 확인하고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대구 달서구에서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38세 김모씨는 최근 무릎이 자주 붓고 걷기조차 불편해 정형외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 반복된 쪼그려 앉는 생활 습관으로 반월상 연골판이 손상돼 수술이 불가피했다.
◆'뚝뚝' 소리 나는 무릎, 경고음일 수도
무릎을 굽히거나 펼 때 '뚝뚝', '삐걱' 소리가 난다면 대부분은 연골 마찰에 의한 정상적인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소리에 통증이 함께 있다면 경고등이 켜졌다는 신호다. 퇴행성 관절염은 연골이 마모돼 뼈와 뼈가 직접 부딪히면서 소리와 통증을 유발한다. 중년 이후 발병률이 높지만, 운동을 과하게 하거나 체중이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는 더 이른 나이에 나타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쪼그려 앉거나 계단 오르내리기가 힘들어지고, 무릎이 완전히 펴지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추벽증후군은 무릎 관절 안의 얇은 막인 '추벽'이 자극받아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체조 선수나 피트니스 매니아 등 무릎 사용이 많은 사람에게 자주 나타난다. 이 질환은 물리치료나 약물 치료로 호전되지만, 상태가 악화되면 관절내시경으로 추벽을 절제해야 한다.
◆무릎 잘 안 펴지면 류마티스 신호
아침에 일어났을 때 무릎이 잘 펴지지 않고 뻣뻣하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류마티스 관절염의 전형적인 증상일 수 있다. 이 질환은 면역계 이상으로 자신 몸의 관절을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이다. 류마티스는 퇴행성 관절염과 달리 연령과 무관하게 발병하며, 특히 20~30대 젊은 여성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조기에 발견하지 못하고 방치하면 관절이 영구 변형돼 일상생활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혈액검사로 진단이 가능하고, 약물 치료로 염증과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단, 증상이 없다고 치료를 중단하면 재발 위험이 높아 정기적인 관리가 필수다.
◆화끈한 통증…통풍·감염 가능성
무릎이 갑자기 뜨겁고 욱신거리며 붓기까지 동반된다면, 통풍 발작이나 감염성 관절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통풍은 흔히 엄지발가락에 생긴다고 알려져 있지만, 무릎, 발목, 손목 등 다양한 관절에도 생긴다. 요산 수치가 높아져 관절에 결정체가 쌓이면서 급성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통풍약과 식이조절로 관리할 수 있다. 감염성 관절염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관절에 침투하면서 발생하며, 빠르게 진행되면 관절이 심각하게 파괴될 수 있다. 이 경우 관절액을 뽑아내고, 관절 세척 수술과 항생제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특히 면역력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경미한 상처에도 세균이 침투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무릎 건강, 습관부터 바꿔야
무릎 건강은 하루하루의 생활 습관에 달려 있다. 양반다리, 쪼그려 앉기, 무릎 꿇기 같은 자세는 무릎관절에 지속적인 압박을 주며, 장기적으로 연골 마모를 가속화시킨다. 특히 무릎에 좋은 줄 알고 오히려 해로운 자세나 운동을 반복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무릎은 쓰는 만큼 닳기 때문에 보호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의자에 앉아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30초 유지하는 등의 간단한 근력 강화 운동만으로도 부상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무릎 신호, 절대 그냥 넘기지 마라"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은 하중을 견디는 관절이 바로 무릎이다. 무릎은 걷기, 앉기, 계단 오르기 등 일상적인 모든 동작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한번 손상되면 삶의 질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통증, 소리, 뻣뻣함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몸이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는 생활습관 교정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무릎 건강은 단순히 '관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 후반부의 독립성과 자존감을 결정짓는 핵심 건강 지표가 될 수 있다.
도움말=한국건강관리협회 경상북도지부(대구북부건강검진센터)·박기봉 울산대병원 정형외과 교수

강승규
의료와 달성군을 맡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깊게 전달 하겠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