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화로 생산성 높이고 직접 판로 개척…선순환으로 수익 창출
농부에게 5월은,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에 속한다. 화가의 작업에 비유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그림을 그릴지 계획하고, 필요한 색의 물감이며 도구들을 준비해 실제 캔버스 위에 밑그림을 그려 나가는 시기다. 콩을 짓는 농부들은 파종을 위해 밭을 갈아야 하고, 벼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모내기 준비를 해야 한다. 수천 년 동안 농업의 중심지였던 상주는 오늘도 땅을 일구는 농민들로 분주하다.
지금 농업의 현장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청년 농부들은 기계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직접 키워낸 작물의 상품화와 판로를 개척해 나가고 있다. 새로운 농업을 일구어가는 상주의 청년들, 그들의 꿈이 영그는 농업의 현장으로 찾아갔다.

상주 미소진품 모판을 이양기로 옮기고 있는 윤문욱씨. 2021년 농림식품부 스타 청년 농업인 선정,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수상, 경상북도지사 표창을 수상한 청년 농업인이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농업 척척박사' 윤문욱씨
쌀농사 짓다 드론 활용하기 시작
농협과 연계 드론 방제 대행 사업
장관상·경북도지사 표창 등 수상
◆ 문제 해결사 '청리면 청년'
상주시 청리면의 윤문욱(38)씨는 '문제 해결사'로 통한다. 방재 작업도 콩과 관련된 농기계 대여도 척척 해결하기 때문이다. 윤씨는 2020년,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고, 드론을 도입한 방제대행업을 시작했다. 이후 파종기·콤바인 등을 임대하는 사업으로 확장할 만큼 선진 농업인으로 자리를 잡았다.
건축학을 전공한 그는 다니던 울산의 직장을 그만두고, 11년 전 부모님이 계신 상주로 귀농했다. 그가 벼농사를 시작한 지 3~4년이 지나자 농업용 드론이 등장했다. 당시 농업용 드론은 도입 초기라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비싸 농약 방에서 농약을 팔면서 대신 살포를 해주는 방식으로 한시적으로 운영되었다. 이후 드론의 종류가 다양해지자 윤씨는 방제 작업에 드론을 도입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된다. 지금은 남상주 농협·상주 농협 등과 연계해 드론 방제 대행 사업을 하고 있다.
이같은 도전은 2021년 농림식품부 스타 청년 농업인 선정, 농림축산식품부장관상 수상, 경상북도지사 표창으로도 이어졌다. 상주에서 '오이'와 '쌀'을 재배하는 농부의 아들이었던 그는 귀향 후 새 삶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초보 농부가 손을 대니 농기계마저 고장이 잘 났고, 일손이 더디니 밤새는 날이 수두룩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농업 선진 기계화의 선두에 서 있다.
현재 쌀농사로 미소진품 3만 평과 밀과 콩 2모작 3만 평 등 총 6만 평의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상주시의 대표 쌀인 '미소진품'을 3년 전부터 시범적 재배해 그 우수성을 확인했다고 한다. 미소진품은 기존의 '일품'보다 미질이나 도정률이 좋아 품종 개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또 한 번의 풍년을 꿈꾸고 있는 그는 상주를 이렇게 표현한다.
"청년들이 와서 농업을 배우기에 정말 좋은 입지 조건이에요. 도로가 잘 되어 있어 어디에서나 올 수 있고, 기후나 지리적으로도 태풍이 와도 상대적으로 상주에서는 약해지기 때문에 환경, 교통, 농업 정책, 품종까지 다 좋아요."

정상민씨가 한우에게 먹이를 주며 건강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정씨는 콩 수익으로 다시 한우를 사서 축산업을 키우는 선순환의 구조로 농업과 축산업을 경영해 나가고 있다. 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소 100두 아빠' 정상민씨
축산업 전공 후 귀농해 기계 도입
한우 100두 키우며 12만평 콩농사
농기계 장기 임대 사업도 진행 중
◆축산업과 농업의 선순환을 꿈꾸다
정상민씨(31)의 고향 역시 상주다.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한우 축산업·쌀농사·포도 농사·복숭아 농사 등 안 해 본 것 없이 다양한 농사를 지으셨다고 한다. 그 속에서 자라다 보니 자연스럽게 농업을 접하게 되었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외갓집에 있던 소 한 마리를 집에 데려와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때가 초등학교 때였다. 어린 정씨의 눈에는 그 소가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단다. 그 순수함으로 일찍부터 꿈도 축산업으로 결정했다.
한국 농수산대학교 대가축학과 한우 전공을 마친 그는 고향으로 돌아와 축산업 기계화를 도입하고, 100두에 가까운 한우와 12만 평의 콩 농사를 함께 꾸려나가고 있다. 콩 수익으로 다시 한우를 사서 축산업을 키우는 선순환의 구조로 농업과 축산업을 경영해 나갈 예정이다. 지난해부터는 상주시 4-H 연합회장도 맡아 상주 청년 농업인들과의 교류에 앞장서고 있다. 상주의 청년들은 작물에 따라 커뮤니티를 형성해 다양한 정보와 정책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저희는 상주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상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농작물 병해충 종합분석진단센터' 와 미생물 보급 등을 통해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청년 농부들에게 필요한 농업관련 시범 사업을 도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해 줍니다. 상주시에서 추진했던 '농기계 장기 임대 사업'은 농민들이 비싸서 사기 힘든 농기계들을 임대해 주는 사업인데,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 사업을 이제 저희 법인에서 인계받아 농기계 임대 사업을 진행 중인데, 저희도 상주 농민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그가 꿈꾸는'선순환'은 이미 농업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는 듯 하다.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표고칼국수 밀키트를 출시, 연매출 억대 행진을 이어가는 김윤영씨. 산림청이 선정하는 '이달의 임업인'으로 선정되면서 다양한 신문 및 방송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표고 전문가' 김윤영씨
직접 키운 표고버섯에 외식업 접목
밀키트로도 출시 연매출 억대 행진
연구회도 결성해 버섯 대중화 꿈
◆청년 임업인의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
상주시 낙동면에 가면 여성 청년 농부가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을 이용해 만든 따뜻한 칼국수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표고 칼국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반영한 밀키트로도 출시되어 연매출 억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림청이 선정하는 '이달의 임업인'으로 선정되면서 다양한 신문 및 방송의 러브콜을 받은 김윤영씨(35)의 이야기다.
김씨가 먼저 귀농한 부모님을 따라다니던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상주로 내려온 건 2018년. 표고버섯은 습기나 주변 환경에 따라 질이 달라질 만큼 아주 예민한 작물이다. 대학교와 기관에서 열리는 버섯 관련 교육들은 놓치지 않고 찾아다니며 공부를 시작했고, 그것을 바탕으로 지금은 '표고버섯 대중화'를 꿈꾸고 있다.
김씨는 직접 표고버섯을 재배해 소비자에게 배송할 뿐만 아니라 대중화의 일환으로 외식업을 시작했다. 칼국수 면에 표고 가루를 섞어 본인만의 레시피를 만들었다. 식당을 열기까지 1년간 약 50포대의 밀가루를 사용해 면의 식감을 살려냈다. 칼국수에 들어가는 재료들은 모두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다. 담백하고 속이 편해 찾는 이가 많지만, 농사일 때문에 식당은 점심시간에만 운영한다.
바쁜 와중에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상주는 전통적인 표고버섯 생산지였으나 원목재배가 쇠퇴하면서 생산량이 많이 줄어들었다. 표고버섯 재배 농가의 기술 발전을 위해 '표고버섯 연구회'도 다시 결성했다. 청년 농업인 단체나 청년정책협의체, 가공연구회 등 다양한 단체에도 적극적으로 활동 중이다.
김씨는 자신도 상주시의 청년 동아리 지원 사업을 통해 청년 농업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었고, 사업과 가공 제품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며, 청년이 다양하고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는 정책이 늘길 바란다는 바람을 비췄다.
◆청년들의 꿈은 멈추지 않는다
상주를 배경으로 농업의 내일을 그려 나가고 있는 청년 농부들은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윤문욱씨는 쌀과 콩의 2차 산업에 그 방점을 둘 생각이다. "저희 청리면에는 공장이 없어요. 그래서 1차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2차 가공 쪽으로도 나아가고 싶어요. 미숫가루나 메주 혹은 된장 더 나아가서는 막걸리까지, 직접 생산한 쌀과 콩으로 2차 가공까지 나아가면 좋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축산업과 농업을 동시에 하고 있는 정상민씨는 올해 콩에 매진해 볼 생각이다. "지금은 일단 콩 면적을 늘리고 싶어요. 올해는 참깨도 심어보려고 준비 중이에요. 1년 내내 수익화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제 꿈입니다."
표고버섯을 사랑하는 김윤영씨는 "작년에 출시한 표고 국수, 표고 국수 간편 세트를 시장에 더욱 알려야겠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오프라인 행사나 박람회 팝업 행사를 열심히 다니고 있어요. 그리고 새로운 시리즈를 출시하는 것이 올해 새로운 목표입니다. "라며 표고버섯의 대중화의 꿈을 선언했다.
농업의 도시 상주에서 꿈을 심고 키워나가는 당당한 청년 농부들, 그들의 처음은 비록 걱정 어린 시선을 받았지만 지금은 농업 선배들조차 그들을 찾아와 새로운 기술을 나누고, 함께 연구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상주 청년 농부가 꿈꾸고 도전하는 만큼 내일의 상주도 더욱 푸르고 비옥해질 것이다.
글=박성미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박관영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