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코 출신의 망명 작가 밀란 쿤데라.

밀란 쿤데라의 대표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제공>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농담' 중)
삶의 절반 이상을 타향에서 지내며 마지막 순간까지 고향을 마음에 품고 떠난 작가가 있다. 베스트셀러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체코 출신의 망명 작가, 밀란 쿤데라다. 그는 프랑스에서 열혈 독자들에 둘러싸여 살았지만 고향인 체코 브르노를 늘 그리워했다.
1929년 체코슬로바키아(현 체코 공화국) 브르노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쿤데라는 체코에서 교수로 활동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62년 희곡 '열쇠의 주인들'을 시작으로 이듬해 단편집 '우스운 사랑들'을 출간했다. 1967년에는 첫 장편소설 '농담'을 발표했다. 이듬해 '농담'이 불어로 번역되면서 그는 프랑스에서도 명성을 얻었다. "소설이 빵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것임을 증명해주는 소설가"라는 찬사를 받았다.
쿤데라는 1968년 체코 민주화운동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면서 저서를 압수당하고 집필과 강연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 이런 정치적 탄압을 피하고자 1975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1979년엔 체코 국적을 박탈당했다. 1984년 발표한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격변하는 시대의 흐름 속에 방황하는 네 남녀의 삶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인간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을 철학적으로 탐구한다. 작품은 '프라하의 봄' 운동이 일어난 1960년대 체코를 배경으로 한다. 이 소설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고, 국내에서도 누적 판매량이 100만부가 넘었다.
쿤데라는 '농담'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어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됐다. 하지만 2023년 7월 프랑스 파리에서 94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쿤데라의 유해는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6개월 뒤에 고향인 체코 브르노로 옮겨졌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