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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국민 시인’ 신경림의 마지막 노래

2025-05-30 08:26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민중 시인 고(故) 신경림 시인. 지난해 5월 작고했다. <창비 제공>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민중 시인 고(故) 신경림 시인. 지난해 5월 작고했다. <창비 제공>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신경림 지음/창비/152쪽/1만3천원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신경림 지음/창비/152쪽/1만3천원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 숨쉬는 것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병상에서도 길과 사람들을 생각하며 행복하다고 했다. 삶의 끝자락, 투병 중에도 펜을 놓지 않았다. 염무웅 문학평론가는 그를 '국민 시인'이라 부른다. 이 시대 한국인 누구나 그의 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란 구절로 민중의 마음을 두드린 시인은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남기고 떠났다. '농무' '가난한 사랑 노래' 등 한국문학을 대표하는 민중 시인 고(故) 신경림 시인의 이야기다.


지난해 5월 작고한 신경림 시인의 1주기(5월22일)를 맞아 유고 시집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가 나왔다. 생전 마지막으로 펴낸 '사진관집 이층' 이후 11년 만이다. 그가 삶의 막바지 병상에서 썼던 미발표 유작 등 60편을 도종환 시인이 엮어냈다. 작품들은 삶과 죽음, 사람과 자연 같은 깊이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특유의 포근한 언어가 두드러진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시를 쓴 그가 남긴 깊은 생명의 숨결이 느껴진다.


'소백산 풍기로 별을 보러 간다// 별과 별 사이에 숨은 별들을 찾아서/ 큰 별에 가려 빛을 잃은 별들을 찾아서/ 낮아서 들리지 않는 그들 얘기를 듣기 위해서// 별과 별 사이에 숨은 사람들을 찾아서/ 평생을 터벅터벅 아무것도 찾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서/ 작아서 보이지 않는 그들 춤을 보기 위해서 (후략)'(별을 찾아서)


시인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쉽게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밝은 눈으로 시를 썼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새로운 것을 찾아, 생명의 별을 찾아 길을 나섰다. 그러나 그가 찾는 별은 크고 우뚝한 별이 아니다. '별과 별 사이에 숨은 별들'이다. '큰 별에 가려 빛을 잃은 별들'이다. '낮아서 들리지 않는' 존재들의 얘기를 듣기 위해서, '작아서 보이지 않는' 그들의 춤을 보기 위해서, '흐려서 보이지 않는'(별을 찾아서) 그들의 웃음을 보기 위해서 간다. 그래서 그의 시는 늘 깊고 진실된 울림을 지닌다.


'살아 있는 것은 아름답다/ 하늘을 훨훨 나는 솔개가 아름답고/ 꾸불텅꾸불텅 땅을 기는 굼벵이가 아름답다 (중략)// 붉은 노을 동무해 지는 해가 아름답다/ 아직 살아 있어,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 머지않아 가마득히 사라질 것이어서 더 아름답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오직 살아 있어 아름답다'는 시인의 말은 유언으로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 곁에서 살아 있을 위로이자 격려다. 그는 화려한 것보다 작고 여린 생명을 사랑했다. 생명이 있기에 모든 것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한평생 낮은 곳을 향해 있었던 그의 언어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과 조용한 응시를 남긴다. '살아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라는 짧은 문장이 지닌 울림이 그 어떤 정치적 슬로건이나 도덕적 선언보다 깊고 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그의 시들을 두고 도종환 시인은 작품 해설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신경림 시인에게 배워야 할 중요한 덕목"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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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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