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나게 멋나게~

대구 동구 신천동 참숯불김해부추와뒷고기의 뒷고기와 밑반찬으로 나오는 수제 장아찌. 조현희기자
좁은 골목 안쪽, 오래된 상가 건물 1층에 불이 켜지면 골목이 손님들로 북적이기 시작한다. 아는 사람들만 아는 로컬 맛집이 장사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주민들이 '진짜'라고 입을 모으는 숨은 뒷고기 맛집이다. 대구 동구 신천동 신천LH상가에 위치한 '참숯불김해부추와뒷고기'다.
이 집에서 고기를 주문하면 밑반찬이라는 말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정성스러운 상차림이 나온다. 직접 채취한 나물로 담가 만든 수제 장아찌 9종이다.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엔 마늘쫑, 궁채, 청포묵 등이 나왔는데 반찬 구성은 계절에 따라 달라져 매번 새로운 상차림이 완성된다.
고기 메뉴로는 생삼겹살, 생항정살, 생머릿고기, 생볼살 등이 있지만 상호처럼 뒷고기가 메인이다.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기름기는 적당히 돌고, 육즙은 풍부하다. 푸짐하게 나오는 부추와 콩나물 위에 올려 구우면 불향을 머금은 채소와 어우러져 더욱 감칠맛이 살아난다. 그렇게 구운 고기에 장아찌를 종류별로 올려 먹다보면 상이 금세 비워진다. 가격도 130g(1인분)에 8천원으로 요즘 같은 물가에 합리적이다. 단골이 많은 이유가 납득된다.
가게는 노포 감성을 띤다. 최신식 고깃집처럼 화려하고 세련되진 않지만, 그만큼 불필요한 것 없는 공간이다. 오히려 음식을 더 맛있게 하는 분위기다. 테이블 수가 그리 많지 않아 주말 저녁엔 일찍 방문하길 추천한다. 날이 풀리면 야외 테이블에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한 잔 곁들이기에도 좋다. 내 동네에도 이런 숨은 맛집이 하나쯤은 있으면 좋겠다.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