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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밈 문화’가 바꾸는 팬덤의 풍경

2025-07-08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이재무 경북스포츠과학센터장

최근 몇 년 사이, 스포츠계에 불고 있는 또 다른 조용한 혁신은 '밈(Meme) 문화'의 확산이다. 경기 결과나 기록이 아닌, 선수의 표정 하나, 짧은 말투, 사소한 몸짓 하나가 SNS를 타고 빠르게 유행하며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Z세대에게 밈은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콘텐츠 소비와 소속감의 상징이며 스포츠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미국 프로스포츠에서 이런 현상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예를 들어 NBA에서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드레이먼드 그린이 심판에게 항의하며 보여준 황당한 표정이 밈으로 확산됐고, MLB에서는 쇼헤이 오타니가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장난치는 장면들이 귀엽고 친근한 슈퍼스타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손흥민 선수의 엄지 척 세리머니, 김연경 선수의 직설적인 경기 중 외침, 김민재 선수의 진중한 눈빛이 짤로 만들어지며 팬들 사이에서 일종의 디지털 캐릭터화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밈들은 단지 웃고 넘길 유머가 아니다. 밈이 생성되고 유통되는 과정 속에서 팬들은 콘텐츠의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되며, 자신만의 스포츠 해석과 감성을 공유한다. 이로써 밈은 새로운 스포츠 언어가 되며, 팬덤의 결속력과 참여도를 높이는 연결 고리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스포츠 마케팅에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있다. 과거 스포츠 마케팅이 경기력 중심의 영웅 서사나 메달 획득 위주로 구성되었다면, 이제는 밈이 될 만한 장면, 말, 표정, 상황을 일부러 연출하는 것도 전략의 일환이 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구단은 SNS 채널에 밈용 콘텐츠를 따로 제작해 게시하며 팬들과의 거리감을 줄이고 있다. 팬들은 이 콘텐츠를 재가공하여 개인 SNS에 올리며, 자연스럽게 구단과 선수의 입소문 역할을 자처한다.


Z세대는 TV 중계보다도 짧고 강렬한 짤 영상과 편집된 명장면을 선호한다. 따라서 그들은 경기 전체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3초로 스포츠를 기억한다. 이는 스포츠 콘텐츠 제작자들이 경기 외적인 요소(감정, 표정, 상황)에 더욱 신경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밈은 짧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감정은 오래간다.


밈 문화의 확산은 스포츠의 저변 확대에도 기여하고 있다. 기존에는 관심이 적었던 종목이나 선수도 하나의 밈으로 인해 갑작스레 조명을 받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학 스포츠, 생활체육 종목에서도 특정 장면이 SNS를 타고 유명세를 타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는 기존 미디어 중심의 톱다운 방식에서 벗어나, 팬 주도의 보텀업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렇다면 이런 흐름은 스포츠의 진지함을 해치는 것일까? 오히려 그 반대다. 밈은 스포츠를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만드는 통로이며, Z세대의 문화적 문법을 스포츠가 받아들이는 자연스러운 진화다. 이는 스포츠를 단순한 경기 그 이상으로, 사회와 감정을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로 확장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제 스포츠계에도 밈 감각이 필요한 시대이다. 선수, 지도자, 구단, 미디어 모두가 이 새로운 팬덤 문화를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팬들의 언어가 변했기에, 그들과 소통하기 위한 스포츠의 문법도 함께 진화해야 한다. 결국 밈은 트렌드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참여의 상징이자 스포츠의 미래를 여는 새로운 열쇠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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