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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르포]“이제 남자도 당당하게 양산 씁니다”…‘휴대용 이동 그늘막’ 예찬하는 대구 남성들

2025-07-10 18:58

“이제는 남자도 양산 시대”… 폭염 속 달라지는 거리 풍경
부끄러움과 실용 사이…아직은 ‘여성용품’ 인식도

10일 낮 12시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앞 도로. 녹색 양산을 쓴 박지학(65)씨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10일 낮 12시쯤 대구 달서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앞 도로. 녹색 양산을 쓴 박지학(65)씨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10일 오후 3시쯤 대구 달서구 본리동의 한 버스정류장. 남색 양산을 쓴 김희영(28)씨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10일 오후 3시쯤 대구 달서구 본리동의 한 버스정류장. 남색 양산을 쓴 김희영(28)씨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 전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10일 낮 12시쯤 대구 두류공원 야외음악당 앞 도로. 초록색 줄무늬 양산을 쓴 박지학(65·달서구)씨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렸다. 자외선 차단용 모자와 마스크까지 착용했지만, 오롯이 더위를 피하는데는 이른바 휴대용 그늘막인 '양산'이 제격인 듯 보였다.


박씨는 3개월 전 태어나서 처음으로 '남성용 양산'을 샀다. 남자가 양산을 쓴다는 게 처음엔 쑥스러웠다.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손상된 피부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아내와 딸의 권유를 외면하지 못했다. 그렇게 구매한 양산을 확 펼쳐든 순간, 그에겐 또다른 '신세계'가 찾아왔다.


그는 "땡볕에 오래 서 있으면 머리가 띵하고 숨이 턱턱 막혔지만 이젠 양산 하나로도 거뜬하다. 예전엔 양산 효과가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며 "남 시선 따위는 중요치 않다. 요즘 주변 남성들도 양산을 많이 쓴다. 일부러 디자인과 무게, 휴대성이 좋은 양산을 찾아다니는 이도 허다하다"고 했다. 이어 "양산 덕분인지 몰라도 요즘엔 피로감이 줄어든 것 같다. 양산 효과를 새삼 실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오후 2시쯤 본리네거리 인근 한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직장인 김희영(28·남구)씨도 검은색 양산을 쓰고 있었다. 양산을 애용한지는 벌써 5년이 흘렀다고 했다. 그에게 양산은 이미 '한여름철 애장품'이었다. 김씨는 검은색 양산을 고집했다. 한번도 색깔이 바뀐 적이 없다. 검은색이 자외선 차단율이 높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는 "업무 특성상 걸어서 회사 일대를 자주 오가다 보니 햇볕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다. 자외선 차단을 위해 썬크림을 바르긴 하지만, 양산을 쓰면 확실히 피부 보호가 되고 더위도 훨씬 덜하다"며 "좀 과장되게 표현하면 양산을 쓸 때와 안 쓸 때 온도 차이는 한 20℃ 이상 나는 것 같다"고 배시시 웃었다.


여성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양산'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도도 한층 높아진 분위기다. 온열질환을 예방하는 '건강 아이템'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남성들의 양산 수요가 늘면서 레이스나 자수 등 화려함이 묻어난 여성용 양산 대신 검정·남색·회색 등 단순하고 실용적인 디자인의 양산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도 남성 직원들에게 양산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추세다.


양산을 즐겨 쓴다는 윤한빈(34·동구)씨는 "처음 쓸 땐 자꾸 쳐다보는 것 같아 신경이 많이 쓰였다. 부끄럽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건강을 지키려는 실용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여져 자연스럽게 쓴다. 주위에 권장도 한다"고 했다.


한편, 대구시는 2020년부터 도시철도 역사 등에 양산 대여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기준 대구에는 양산 대여소가 설치 초기때보다 2배가량 많은 165곳까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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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모(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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