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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프타임] 민선 8기 대구시를 돌아보며

2025-07-10 22:06

짧은 휴가는 계획 틀어져도
시간·돈 손해는 자신의 몫
민선 8기 초·중반 대구시정
과도한 행정력 낭비 우려 속
지방 행정은 책임 주체 모호

노진실 사회1팀장

노진실 사회1팀장

여름휴가 시즌이다. 많은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기자 역시 최고의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일년을 이 악물고 일한다.


주어진 휴가는 일주일 남짓. 그 짧은 기간에 후회없이 세상을 누비기 위해선 작은 실수도 용납해선 안 된다.


휴가지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다 오는 것도 알고 보면 '완벽한 준비'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시간 계산을 잘못해서 버스나 비행기를 놓쳐버린다면, 부주의로 건강관리를 잘못했다면, 휴가지에서 보낼 시간은 확 줄어들 수 있다.


여기다 변수 가능성도 생각해야 한다. 몇 해 전 여름휴가 때 도쿄 경유 헬싱키행 비행기를 예약한 일이 있다. 모든 준비를 잘해서 여유롭게 공항에 도착했다. 그런데 난데없는 강풍이 몰아쳤고, 비행기는 계속 출발이 지연됐다. 공항에서 발을 동동 굴러도 방법이 없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항공사에서는 런던을 추가 경유해 가야한다고 했다. 출발 지연으로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추가 경유를 하면서 또 시간을 흘려보냈다. 변수로 인해 거의 이틀을 비행기와 공항에서 보내야 했다. 히스로 공항의 그 심란한 화장실 만큼이나 내 마음도 심란했다. 목적지인 헬싱키 도착은 한참 늦어졌고, 휴가 일정도 줄줄이 차질이 빚어졌다. 꽤 비쌌던 헬싱키의 하루 숙소 값은 시원하게 날아갔다.


계획에 없던 일은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아름다운 시행착오'가 아니었다. 현실은 냉혹했다. 시간 낭비, 체력 낭비, 돈 낭비…. 그 계산서는 내가 감당할 몫이었다. 그걸 알기에 인간은 매사 실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또한 변수를 감안해 세상사를 쉽게 속단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다. 내 인생은 내 책임이니까.


하지만, 지방 행정 영역은 다르다. '내돈 내산'이 아니라 세금을 대리 집행하는 시스템이다. 손해 발생에 따른 계산서를 보낼 곳도, 책임을 질 주체도 모호해진다.


민선 8기 대구시가 이제 반환점을 돌아 4년차에 접어들었다. 최근 민선 8기 대구시정의 공과(功過)를 점검해보는 기획 기사를 썼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신공항과 행정통합 등 대구시의 각종 사업과 정책 추진 방식을 되돌아봤다. 이들 사업·정책엔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민선 8기 초·중반 대구시 일부 유력 인사들에 의해 추진 방식이 제시됐다. 사업·정책에 대한 다른 의견이나 변수 가능성에 관한 것은 밖으로 잘 표출되지 않았다. 오히려 시청 외부에선 열심히 시정 성역화에 앞장서는 이들이 있었다. 실패는 없다고 믿는 도박판처럼, 한 지자체의 행정력이 한쪽에 '올인' 되다시피 했다. 그런 방식은 추진력 측면에선 어떨지 몰라도, 변수 앞에서 리스크가 너무 컸다.


결국 대구시는 시장 중도 사퇴와 새 정부 출범이라는 굵직한 변수를 연이어 마주해야 했다. 중요 사업·정책들은 뒤늦은 재점검의 시간을 갖고 있다. 오로지 하나의 '정답'을 향해 투입된 막대한 행정력과 비용은 어쩌란 말인가.


우리가 변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삶을 더 풍요롭게 할 휴가를 포기할 수 없듯, 지자체도 미래를 위한 각종 사업·정책을 준비하고 추진해야 한다. 신공항이든, 행정통합이든 대구시가 나름 명분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정책일 것이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얻은 것이 있다면 잃은 것도 많다. 그 손익계산서는 대체 누구한테 보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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