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민교 대구대 명예교수·(전)총장직무대행
드디어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직면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히 0%대의 경제성장률이 말해주듯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심지어 코로나19 팬데믹 때보다 더 경기가 좋지 않다거나, 제2의 외환위기 못지않다는 얘기도 시중에 나돈다. 다소 과장이 있을지라도 그만큼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새 정부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를 표방하면서 최우선 과제로 민생·경제 살리기로 설정하고 32조 규모의 추경 편성과 동시에 각종 규제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우선 국가부채 급증과 세수 부족 우려 속에도 추경을 통해 내수 진작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추경은 급한 불을 끄는 소화기 용도이며 단기적으로는 민생 안정과 경기부양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지만 중장기적인 국가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실제 추경으로 인한 올해 경제성장률 상승폭은 0.1~0.2% 포인트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며, 재정 투입은 일종의 '진통제' 처방에 불과해 약효가 떨어지면 경제는 더 큰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결국은 경제 성장 엔진을 되살릴 수 있는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책이며, 그 핵심은 기업 살리기 즉,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에 있다. 왜냐하면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출을 이끄는 주체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최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순위는 지난해보다 7단계 덜어져 69개국 중 27위를 기록했다. 특히 '기업 효율성'에서 23위에서 44위로 21단계나 떨어졌다. 이것은 기업활동을 저해하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여 기업 경쟁력을 근원적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런 점에서 새 정부가 법률과 정책 등에서 금지된 것이 아니면 모든 것을 허용한다는 '네거티브' 규제 방식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것은 '노란봉투법' '주 4.5일제' '상법 개정' 등 반기업적인 입법을 서두르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움직임은 경영 활동 위축을 초래해 당장의 경기회복은 물론 성장 잠재력 확충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경제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라며 규제 혁파를 강조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기업 죽이기' 입법을 밀어붙이는 모순된 모습이 혼란스럽다. 포퓰리즘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먼 앞날을 내다보는 경제정책을 선택하는 지혜와 용기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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