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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예술의 경계선에서... 사진작가 장용근 대구미술관서 전시

2025-07-15 11:38

대구미술관 7월15일부터 10월12일까지 ‘장용근의 폴더: 가장자리의 기록’展
도시의 이면 등 담은 8개 시리즈 130여개 사진작품 선보여
아티스트 토크 오는 25일 오후 4시 대구미술관 3전시실

장용근 작가가 지난 14일 대구미술관 전시 오프닝에 앞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작가가 지난 14일 대구미술관 전시 오프닝에 앞서 자신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예술사진 같은 기록사진, 기록사진 같은 예술사진이 좋았습니다."


대구미술관이 오는 10월12일까지 개최하는 '장용근의 폴더: 가장자리의 기록'전(展) 전시장(대구미술관 2·3 전시실)에서 만난 사진작가 장용근은 이같이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장 작가는 도시생활의 단면 및 산업화의 이면, 인생의 우여곡절, 평화에 대한 기원 등을 담은 8개 시리즈 130여개 사진작품을 선보인다.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와도 같은 느낌의 전시작들은 집요한 기록의 결과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쉽게 지나칠 법한 일상의 순간, 별것 없어 보이거나 감추고 싶은 삶의 터전 등을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수십 년에 걸쳐 기록한 것에서 비롯됐다.


이는 사진에 대한 장 작가의 남다른 애정에서 출발했는데, 장 작가는 "공립미술관에서 사진 개인전을 하는 경우가 드물기에 부담스럽기도 하다"면서도 "셔터 소리 특유의 감성에 매료돼 사진을 시작했다. 필름을 현상하는 암실의 붉은 이미지, 오로지 빛 하나에 의존하는 작업에도 매력을 느꼈다"며 사진 입문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장용근  '도시채집(2003~2025)' 시리즈 중 '가리개'.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도시채집(2003~2025)' 시리즈 중 '가리개'.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도시채집(2003~2025)' 시리즈 중  '현수막-국회의원선거'<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도시채집(2003~2025)' 시리즈 중 '현수막-국회의원선거'<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3전시실에 전시 중인 '도시채집(2003~2025)' 시리즈는 장 작가가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도시의 '안전함'에 대해 의문을 가지면서 출발했다. 도심에 걸린 추모 현수막 등을 찍고 그 이미지들을 콜라주했다. 여기에다 선거 및 정치 현수막과 백화점의 에스컬레이터 등 도시 곳곳의 이미지들을 모으고 조립했다. 특히 '가리개' 등 그의 작품들을 멀리서 보면 마치 추상회화의 그것처럼 회화적으로 다가온다.


선큰가든에 자리한 '대구 불로동 고분군&대만 칠성탄 해변(2018)' 시리즈의 사진 속 하늘에는 전투기가 떠 있다. 장 작가는 "평화로운 풍경 속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투기를 통해 전쟁의 긴장을 품고 사는 한국과 대만의 사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장용근 '부서지고 세워지고(2017~2023)'시리즈 중 '동대구역 화성 파크드림'<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부서지고 세워지고(2017~2023)'시리즈 중 '동대구역 화성 파크드림'<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이어 3전시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부서지고 세워지고(2017~2023)'시리즈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시리즈는 최근 대구에서 있었던 대규모 재개발·재건축으로 사라진 대구 곳곳의 장소를 촬영한 것이다. 철거 현장의 폐허를 통해 자본의 논리에 따라 급변하는 도시공간의 냉엄한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


장용근 작가의 '보이지 않는 노동(2015~2019)' 시리즈 작품들이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작가의 '보이지 않는 노동(2015~2019)' 시리즈 작품들이 대구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작가의 '팩스토리(2007~2025)'시리즈 중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KAI.<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작가의 '팩스토리(2007~2025)'시리즈 중 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 KAI.<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고려인 외국인'.<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장용근 '고려인 외국인'.<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보이지 않는 노동(2015~2019)'은 대구를 비롯한 전국 집창촌의 모습을 프레임에 담고 있다. 집창촌 여성들의 고단한 삶 역시 노동의 일종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시리즈다. 장 작가는 "전시된 모든 사진은 관련자의 동의를 구하고 촬영된 것이다. 사진작가로서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감성적 접근을 피하려 했는데, 오히려 (집창촌) 종사자분들이 저의 객관적인 시선을 더 반가워해주셔서 감사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 집창촌 여성의 방 물품들을 모두 찍어 콜라주한 '37호 보고서'는 사회적 잣대나 평가를 배제한 채 인간의 삶을 가감없이 보여줘 눈길을 끈다.


산업현장의 장엄한 모습과 산업화 과정의 이면을 담은 '팩스토리(2007~2025)' 시리즈를 통해서는 원자력발전소 건립 예정지의 사진과 KAI(한국항공우주산업주식회사)에서 정비 중인 T-50 훈련기와 P3C 해상초계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광복 80주년과 어울리는 시리즈도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징용의 흔적을 담은 '선명해지는 기억(2024~2025)', 탈북 자매의 일상을 담은 '앵두다방(2019~2020)', 중앙아시아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고려인의 이야기 '고려인, 외국인(2025)' 시리즈를 통해 식민지배와 분단의 아픔을 되새길 수 있다.


장용근 작가는 "흔히들 요즘을 '이미지 과잉의 시대'라고 한다. 하지만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내가 찍은 사진을 폴더 안에 넣었을 때 어떠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장용근 작가와 함께하는 아티스트 토크는 오는 25일 오후 4시 대구미술관 3전시실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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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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