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제의 중추인 포항 철강산업이 생존의 위협에 내몰리자, 지역민들도 위기 극복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그저께 출범한 '포항 철강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한 시민공동대책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공동대책위는 이날 "기업의 잇따른 구조조정과 공장폐쇄, 인구 유출의 악순환으로 포항은 산업 붕괴의 벼랑 끝에 서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의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했다. 포항 시민단체, 노동계, 지역 정치권이 한 목소리를 내며 위기 대응에 나선 것은 그만큼 지역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포항 철강산업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포항철강산업단지 내 342개 기업 중 39곳은 가동을 멈췄고, 32곳은 휴·폐업 상태다. 생산과 수출은 9% 넘게 감소했다. 여기다 철강산업의 한 축인 현대제철의 2공장 무기한 휴업에 이어 1공장 중기사업부 매각 추진은 지역 경제에 치명적 타격이다. 이 때문에 현대제철의 '탈(脫)포항' 우려가 큰 상황이다. 현대제철 포항노조가 요구하는 '매각 대금의 지역 재투자'는 생존권 확보라는 절박함의 발로이다. '산업의 쌀'인 철강산업이 무너지면 지역 소멸 위기는 물론 제조업 공급망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가능성이 큰 만큼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날 대책위가 요구한 철강산업 지원법 제정, 철강 대기업의 지역 투자 등은 단순히 지자체나 기업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국토 균형개발과 기간산업 육성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세재 혜택 등 핀셋 지원을 통한 응급처방도 필요하다. 정치권도 특별법 추진 등의 지원에 소홀히 한다면 지역민의 불신이라는 역풍을 맞을 것이다. '포항 철강산업이 무너진다면 지역도 사라진다'라는 대책위의 외침을 허투루 흘려듣지 않기를 바란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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